[기고] 라사에서 달라이라마를 만나다

2025-08-10     류현미 칼럼니스트

차마고도의 길은 오묘했다.
먼 하늘은 투명하게 맑았지만,
그 길 위엔 눈에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바람에 실려 온 먼지 속에서
슬픔이 조용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어느 길모퉁이에선 절망이,
또 다른 길목에서는 고독이
마치 오래 전부터 
그 자리를 지켜온 듯 
묵묵히 앉아 있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들과 함께 있으면
그들처럼 불행한 인생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나는 외면할 수가 없다.

그들을 지나치기엔
침묵 속에 스며든 온기가 너무도 애틋했다.
나는 멈추어 그 옆에 앉았다.
내민 손을 잡아주고,
눈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그 자리에 사랑의 시선으로
안아주고 싶었다.

달라이라마는 나에게 말했다.
“삶이란 행복을 누리는 것이며,
그 행복의 본질은 사랑이다.”
같은 하늘, 같은 바람, 같은 시간 속에서도
마음의 눈과 귀가 열린 사람만이
그 사랑과 행복을 느낀다고.

햇살이 포탈라궁의 붉은 벽과 
황금빛 지붕을 감싸 안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종소리가 낮게 울렸고,
사원 마당에 깔린 기도 깃발들이 하늘을 향해 속삭였다.
그 속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무엇에 감사하며,
무엇을 기억하며 살아야 할까.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삶은 웃음과 눈물을 번갈아 건넨다.
그리고 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있는 한,
그 자체로 이미 행복하다.

슬픔도, 괴로움도,
사랑하면 언젠가 기쁨이 된다.
세월이 흐르면,
모든 지나간 순간이
결국은 아름다운 인생의 조각이 된다.

조캉사원의 향내 가득한 마당에서
백사십 배와 오체투지를 마치고 숨을 고르던 순간,
내 눈물 위로 미소를 건네던
작은 달라이라마를 만났다.
그 미소 속에는
연민과 평온, 그리고 깊은 기도가 
담겨 있었다.

부족한 내 인생은 많은 이들의 
큰 사랑 속에 자라왔다.
이제는 그 사랑을 다시 나누며 
살아가고 싶다.

라사에서의 마지막 밤,
별빛이 사원 지붕 위에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나는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누구에게도 아픔이 없는 세상이 오기를.
그 기도가 먼 산맥을 넘어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에 닿기를 바라면서.


세계식문화교류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