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여파로 월가 은행, 유럽서 입지 약화…비미국 은행들 수혜

2025-08-09     이창우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블룸버그 뉴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무역 파트너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관세가 고객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고, 이로 인해 월스트리트 주요 은행들이 유럽에서 입지를 잃고 있다. 유럽 전역의 일부 기업들은 이미 은행 거래 관계를 다각화하며 미국계 대형 은행을 경원하는 분위기다. 이는 추가 사업 확보를 위해 노력해온 유럽 투자은행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에드먼드 로스차일드 그룹의 아놀드 퍼티 기업금융총괄은 일부 기업들이 자금 조달이나 인수·합병 자문을 유럽이나 프랑스계 투자은행에 의뢰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이체방크의 크리스티안 제윈 최고경영자도 잠재 고객 입찰서에서 유사한 경향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비미국 기업의 유로화 채권 거래 중 약 절반은 미국 5대 은행이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이는 1년 전보다 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UBS 그룹의 세르히오 엘모티 최고경영자는 일부 유럽 은행들이 경쟁력 있는 서비스와 자문을 제공할 역량을 갖추면서 고객들의 은행 교체 의사가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하며, 이러한 다양화 추세가 지속될 경우 자사에도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미국 은행의 약진은 최근 사례에서도 드러났다. 스위스 취리히에 본사를 둔 안다(安達)보험 그룹은 역외 위안화 채권 발행을 위해 스탠다드차타드 그룹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이는 미국계 은행을 배제한 결정이었다.

그리니치 얼라이언스 리서치의 루지랭그드 아가왈 아시아·중동 지역 기업은행 부문 책임자는 이러한 현상이 특히 아시아에서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변화된 무역 체제와 공급망 재편으로 타격이 예상되는 아시아 기업들이 거래 은행을 바꾸려는 의지가 강하며, 이 중 3분의 1은 향후 12개월 내 새 입찰서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스트앤파트너스의 마틴 스미스 시장분석 담당 이사는 외환, 금리, 거래상대방 리스크, 지정학적 긴장, 공급망 차질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미국계 은행, 특히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고객 이탈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