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9월부터 하루 54만7000배럴 증산…2년 감산 전략 뒤집어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오는 9월부터 하루 54만7000배럴의 원유를 추가로 생산하겠다고 발표하며, 최근 2년간 이어온 감산 전략을 사실상 종료했다. 이는 전기차 보급 확대와 중국의 석유 수요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2024년 1월부터 시행된 감산 협정의 종료를 의미한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등 8개 주요 산유국은 자발적으로 하루 220만 배럴 감산에 나섰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감산 조치에도 유가 하락을 막지 못했고, 미국, 브라질, 캐나다 등 비OPEC 국가들의 증산으로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자 OPEC 내부에서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이에 따라 OPEC+는 2023년 12월, 감산을 점진적으로 철회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계획보다 1년 앞당겨 공급을 늘리는 조치를 취하면서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번 증산에는 아랍에미리트의 하루 30만 배럴 추가 공급이 포함되어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전 세계 석유 시장에 공급 과잉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프랑스의 에너지 대기업 토탈에너지는 “세계 경제 둔화 속에서 곧 석유 공급이 풍족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브렌트유는 4월부터 5월 사이 공급 확대 우려로 19% 하락해 배럴당 60달러 이하로 떨어졌으나, 이후 수요 증가와 지정학적 긴장 고조, 미국의 무역 협정 등으로 인해 최근에는 69달러 수준까지 반등했다.
현재 OPEC+는 여전히 두 가지 형태의 감산을 병행하고 있다. 8개 회원국의 자발적 감산(하루 165만 배럴)과 전체 회원국이 참여하는 감산(하루 200만 배럴)으로, 이 감산 조치는 2026년 말까지 유지될 예정이다. 그러나 향후 공급 재개 방식에 대한 논의는 아직 조심스럽게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비엔나에서 열린 OPEC+ 세미나에 참석한 한 인사는 "지금은 폭풍 전의 고요와 같은 상황"이라며, 공급 과잉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비OPEC 국가들도 올해 대규모 증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컨설팅 기업 뤼즈드 에너지에 따르면, 이들 국가는 2025년 하루 140만 배럴, 2026년에는 110만 배럴을 증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27년부터는 증산 규모가 급격히 줄어 하루 9만1000배럴에 그칠 전망이다. 에너지 시선 컨설팅 역시 이와 유사하게 2027년 일일 증산량이 30만 배럴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OPEC+의 이번 결정은 에너지 시장의 중장기적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전통적인 감산 중심의 가격 지지 전략이 흔들리는 가운데, 글로벌 수요 둔화와 비OPEC 국가들의 생산 흐름 변화가 향후 유가의 방향성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