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문화유산, 기후변화로 붕괴 위기…루아르 계곡 성곽들 ‘비상’
프랑스의 대표적 역사 유산인 루아르 계곡의 성곽군이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홍수와 가뭄으로 심각한 위협에 처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는 8월 3일 보도에서 “기후변화가 프랑스 문화유산 전반에 실질적이고 물리적인 손상을 입히고 있다”고 경고했다.
2024년 “기후 행동망(Réseau Action Climat)”이 발표한 ‘프랑스 기후 위기 영향 지도’에 따르면, 루아르강의 수위가 최근 수년간 급격히 감소하면서, 강 연안을 따라 위치한 수많은 성곽과 문화유산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역사유적지의 수석 건축가 에티엔 바르텔레미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대표적인 피해 사례로 **셰르강 위에 세워진 셰르농소 성(Château de Chenonceau)**을 언급했다. 그는 “기후 변화로 건조와 습기가 반복되며, 수문 환경이 불안정해지고 있다”며 “특히 2022년의 장기 가뭄 이후, 목재 말뚝 기초가 물에 잠겼다 노출되기를 반복하면서 자연 부패가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르네상스 건축물인 **아제르리도 성(Château d’Azay-le-Rideau)**도 예외는 아니다. 이 성은 안데르강의 두 지류 사이에 위치해 있는데, 지속적인 고온으로 수위가 해마다 낮아지고 있으며, 이는 건물 안정성에 영향을 주고 있다. 고온 현상은 주변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성의 정원 관리팀은 “고온으로 인해 침입성 조류가 급격히 번식해, 기존에는 월 1회였던 수영장 청소를 현재는 매주 해야 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기후 재해로 인한 피해는 주민에게도 미치고 있다. 앙부아스 시장 브리스 라비에는 작년 가을의 홍수로 “6,000~9,000톤의 흙이 붕괴 위기에 놓여 50여 명의 주민이 긴급 대피했고, 복구 비용으로 250만 유로가 투입되었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복구는 지난 6월 말이 되어서야 완료되었다.
문화재 복원과 관련해 바르텔레미는 “셰르농소 성만 해도 복구 공사에 1,000만 유로 이상이 필요하며, 단순한 복원이 아닌 예방적 개조 조치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제르리도 성의 정원 책임자인 브누아 그레구는 “19세기 설계 당시의 식생이 현재의 기후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물 사용이 적은 식물로의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프랑스 문화유산은 수세기 동안 복원력과 내구성을 자랑해왔지만, 현대의 기후 위기는 그 어떤 역사적 위기보다 구조적이고 복합적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바르텔레미는 “이제는 전문가, 정치인, 후원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응해야 할 ‘국가적 중대 프로젝트’로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2024년 한 해 동안 루아르강 연안의 42개 성에는 약 50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프랑스의 선택과 대응이 주목된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