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세계적 인재 계속 유출…경제·제도·환경 모두 ‘역이민’ 걸림돌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7월 30일자 기사에서 "인도가 최고의 인재를 잃고 있다"는 제목 아래 인도의 인재 유출 실태와 그 근본적 원인들을 조명했다. 기사 작성자는 미국기업연구소(AEI) 상주 연구원인 사다난드 두메로, 그는 교육을 받은 인도 출신 인재들이 자국을 떠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현실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IBM의 알빈드 크리슈나 등 세계적인 기술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들 다수가 인도 출신이다. 이처럼 해외에서 인도계 리더들이 활약하고 있음에도, 인도 내부에서는 오히려 이와 같은 인재 유출에 대한 위기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인도 작가 겸 언론인 산자이아 바루는 신간 '성공한 사람들의 탈퇴'에서 2011년부터 2023년 사이 약 190만 명의 인도인이 자국 시민권을 포기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는 단순한 수치가 아닌 핵심 인재의 이탈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인도 공과대학교(IIT)의 2010년 입학 시험 상위 1000명 중 무려 36%가 8년 내 해외로 이민을 갔으며, 상위 10명 중 9명이 인도를 떠났다는 연구 결과는 뼈아픈 현실을 보여준다. 이들이 선택한 주요 목적지는 단연 미국이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떠났고, 왜 돌아오지 않는가?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기회의 격차다. 구매력 기준으로 인도의 1인당 GDP는 약 1만 1천 달러로, 미국의 8만 6천 달러에 비해 크게 뒤처진다. 하지만 단순한 소득 차이만이 문제가 아니다. 인프라 부족, 지나친 관료주의, 정치적 개입, 복잡한 규제 등이 연구 환경과 직업적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벤카트라만 라마크리슈난도 인도 내 연구자 유치의 어려움을 이 같은 제도적 한계에서 찾는다.
도시 환경도 발목을 잡는다. 수도 델리는 고급 부동산이 몰려 있는 한편, 세계 최악 수준의 대기오염 문제를 안고 있다. IT 중심지인 벵갈루루의 고급 주택가에는 악취 나는 쓰레기가 방치돼 있고, 델리 인근 구루그램은 번화한 외관에도 불구하고 배수 시스템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해 장마철마다 고급 차량이 침수되는 장면이 소셜미디어에 오르내린다.
바루는 이 같은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서방의 반이민 정서 강화가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치와 지식 문화가 ‘개인의 탁월성’보다 ‘재분배 정의’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정치적·사회적 구조가 변화하지 않는 이상, 인도의 최고 인재들이 떠나는 흐름을 되돌리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