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술주 집중, 인터넷 버블 넘어서…AI 열풍 속 월가의 불안한 데자뷰
로이터통신은 7월 22일 보도를 통해, 현재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에 대한 집중도가 1990년대 말 인터넷 거품 시기를 초과했으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과연 역사는 되풀이되는가에 대한 물음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술 산업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000년 3월 정점을 찍은 뒤 1년 만에 65% 폭락하며 ‘닷컴 버블’의 상징이 되었다. 이후 14년이 지나서야 당시 고점을 회복할 수 있었는데, 오늘날의 시장 상황은 그때와 유사하면서도 다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나 최근 관세 충격 이후에도 시장이 빠르게 반등한 사례는, 과거와는 다른 반응함수를 보여주는 한 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가장 뚜렷한 유사점은 기술기업에 대한 시장 집중도다. 최근 S&P 500 지수 내 기술주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34%를 차지하며, 2000년 당시의 기록(33%)을 넘어섰다. 상위 10대 기업 중 8곳이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 엔비디아, 테슬라 등 기술 또는 통신 관련 대기업이며, 이들의 총 시가총액은 약 22조 달러로 전체 S&P 500의 40%를 차지한다. 이는 1999년의 25%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와 같은 기술주 열풍은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감에 크게 힘입고 있다. 그러나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수석 경제학자 토스텐 슬로크는 “상위 10개 기술주의 12개월 선물 주가수익비율(PER)이 과거 닷컴 버블보다 높다”고 경고했다. 현재 S&P 기술 부문의 PER는 29.5배로 과거 최고치(약 50배)보다는 낮지만, 역사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과거와의 또 다른 차이점은 오늘날 기업들의 수익 기반이 보다 탄탄하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반에는 수익이 거의 없는 기업들조차 과도한 평가를 받았으나, 현재는 대부분의 기술 대기업이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 기술이 기대만큼 빠르게 상업적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시장의 조정은 불가피할 수 있다.
모건스탠리는 2028년까지 생성형 AI와 관련된 글로벌 데이터 센터 투자 수요가 약 2조 9천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1조 6천억 달러는 칩과 서버 같은 하드웨어, 1조 3천억 달러는 인프라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는 연간 9천억 달러 이상의 추가 자본지출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작년 전체 S&P 500 기업의 연간 자본지출 9,500억 달러에 거의 필적한다.
이처럼 방대한 투자 부담은 기업의 단기 수익성과 성장성에 제약을 가할 수 있으며, 투자자들은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AI의 진정한 가치가 실현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린다면, 현재의 주가에 반영된 기대치는 재조정될 수밖에 없다.
기술은 오늘날 경제와 사회의 근간을 이루며, 향후에도 장기적인 영향력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바로 이와 같은 확신이 과거 투자자들이 고점에서 무리한 베팅을 하게 만든 주요 요인이기도 하다. 기술주 집중의 역사가 반복될 것인지, 아니면 이번에는 다를 것인지는 향후 몇 년간 시장의 흐름이 증명하게 될 것이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