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필리핀, 내 덕에 미국으로 복귀”…사실과는 다른 주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필리핀의 친미 행보를 자신의 외교 성과로 내세웠지만, 실제 정황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22일(워싱턴 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제가 당선되자 모든 것이 바뀌었고, 필리핀은 다시 미국 품으로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대중국 성향을 비판하며, 자신이 필리핀의 외교 방향을 전환시켰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마르코스 주니어 정부의 대외정책 일지와 미국과의 관계 복원 흐름을 살펴보면, 트럼프의 이러한 주장은 시기상 맞지 않는다. 실제로 마르코스는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부터 미국과의 관계 강화에 적극 나섰다. 같은 해 9월, 그는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하면서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고, 이는 필리핀 대통령으로서 동남아시아 이외 지역으로의 첫 공식 외교 행보였다.
또한 마르코스는 2024년에는 일본 기시다 총리,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역사적인 미·일·필 3자 정상회담에 참석했으며, 카말라 해리스 당시 부통령과도 면담을 가졌다. 미국 측은 지속적으로 필리핀에 대한 안보 공약을 재확인하며 관계 복원에 힘을 실어왔다.
이는 필리핀이 트럼프의 재집권 이후 미국과의 동맹 복귀를 결정한 것이 아니라, 트럼프가 정계에 복귀하기 전부터 이미 관계 개선이 진행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임기 중 미국-필리핀 방문군 협정(VFA) 종료를 시도했던 것과는 달리, 마르코스는 취임 초부터 미국과의 군사·외교 협력을 강화해 왔다.
전문가들은 마르코스 대통령의 외교 기조가 친중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자외교 및 전통적 동맹 강화를 중심으로 한 현실주의 외교에 가깝다고 분석한다. 특히 미국과의 방위 협력 확대는 남중국해 갈등 속에서 필리핀이 실리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처럼 한 지도자의 당선만으로 필리핀의 외교 노선이 급격히 전환된 것은 아니며, 오히려 마르코스 주니어의 외교 정책은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미국과의 관계 회복을 목표로 일관되게 추진돼 왔다는 것이 중론이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