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충격에 일본 수출 두 달 연속 감소…경제 회복에 경고음
미국의 대규모 관세 부과 조치가 일본 경제에 심각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이 7월 17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은 두 달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며 무역 의존도가 높은 일본 경제에 경고 신호가 켜졌다. 특히 미국과의 무역 협상이 7월 9일 이전까지 타결되지 못하면서, 일본은 오는 8월 1일부터 미국 수입품에 최대 25%의 관세가 부과될 위험에 처해 있다.
관세 부과 대상에는 일본의 핵심 수출 품목인 자동차가 포함된다. 지난해 일본의 대미 수출 총액은 21조 엔(약 1,400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 중 약 28%가 자동차였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기존의 25% 관세 철폐를 주요 협상 목표로 삼았으나,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6월 기준 일본의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4% 급감했으며, 이는 2021년 2월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자동차 수출은 26.7%, 자동차 부품은 15.5%, 의약품 수출은 무려 40.9%나 하락했다. 반면, 출하량 자체는 3.4% 증가해 일본 업체들이 수출 가격을 낮추고 관세 비용을 내부에서 흡수해왔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가격 인하 전략은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다이와종합연구소의 아키모토 홍후이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몇 달 내에 관세 충격이 심화될 것이며, 결국 기업들은 미국 소비자에게 가격을 전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경쟁력 약화를 의미한다.
수출 감소는 미국뿐 아니라 중국에 대해서도 나타났다. 6월 일본의 대중국 수출은 4.7% 줄었고, 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해 시장의 0.5% 증가 예상치를 하회했다. 전월인 5월에는 1.7% 감소를 기록하며 8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된 바 있다.
수입 측면에서도 시장 기대를 벗어났다. 6월 일본의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0.2% 증가해 당초 예측된 1.6% 감소와는 반대 결과를 보였다. 이에 따라 6월 국제 무역 흑자는 1,531억 엔에 그쳐 예상치였던 3,539억 엔을 크게 밑돌았다. 대미 무역 흑자 역시 22.9% 줄어든 6,690억 엔으로 집계됐다.
이번 관세 충격은 이미 위축된 일본 내수를 더욱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올해 1분기 일본 경제는 생활비 상승으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출마저 감소세를 보이면서 일본 경제의 회복 시계는 더욱 멀어지고 있다.
SMBC닛코증권의 미야마에 고야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까지는 일본 자동차 기업들이 이윤을 희생해가며 수출을 유지해 왔지만, 관세가 지속되면 생산과 수출 모두에 직접적인 타격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무역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제 둔화 조짐이 일본은행(BOJ)으로 하여금 기준금리 인상 계획을 유보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무역 협상의 향방과 미국 관세 정책의 전개는 향후 일본 경제의 방향성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