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트럼프 관세 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국제 원유와 농산물을 포함한 주요 원자재 가격이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세계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수요 부진을 유발할 수 있다는 시장의 경계심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7월 17일 보도에서 국제 상품 중 약 60%의 주요 품목 가격이 4월 초 대비 하락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가격 흐름은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원자재 시장은 종종 실물 경제보다 먼저 방향을 제시하는 선행 지표로 여겨진다. 역사적으로도 2020년 팬데믹 확산 당시 유사한 가격 하락이 관찰된 바 있다.
7월 11일 기준 상품 거래 데이터를 보면, 총 31개 상품 중 19개 품목의 가격이 4월 1일 대비 하락했다. 특히 에너지 부문에서 낙폭이 컸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3.9% 하락했으며, 휘발유 선물 역시 5% 하락했다. 비록 미국 내 자동차 여행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휘발유 소비는 예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노가미 다카유키 금속·에너지안보기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독립기념일을 중심으로 소비가 정점에 달하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소비 수요 자체가 감소했다"며 고물가 상황 속 미국 가계의 소비 위축을 지적했다. 사람들은 장거리 여행 대신 단거리 이동을 선호하고 있으며, 고액 여가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농산물 시장에서도 하락세는 두드러진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대두 선물 가격은 4월 7일 한때 부셸당 9.6달러로 3개월 반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8월부터 브라질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커피 원두 시장을 비롯한 농산물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 제분회사의 후쿠베 히데아키 수석 분석가는 "트럼프의 강경한 통상정책으로 인해 농산물 수요 위축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금속 원자재 또한 하락 흐름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니켈과 구리 등 산업용 금속 가격은 전기차 배터리, 전선, 가전제품 등 수요 감소와 함께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금과 같은 귀금속은 예외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뉴욕 선물시장에서 금은 4월 한때 온스당 35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고, 현재도 3300달러대의 고점을 유지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여러 국가에 새로운 관세율을 통보하고 있으며, 협상 기한을 8월 1일로 연기하는 등 통상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일본 마켓 전문 분석사 고 스가 누는 “귀금속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품은 수요 위축과 위험 회피 심리로 인해 당분간 하방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세계 경제의 둔화 신호 속에서 국제 원자재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정책 방향에 따라 그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