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둥글게 말하라!
2025-07-17 윤금영 칼럼니스트
세월이 흘러 나이가 지긋해지면 사고의 폭도 더 넓어지기 마련입니다. 살아오면서 무수한 우여곡절도 겪고 시련을 넘기면서 지혜도 생기게 마련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배워가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완곡어법(婉曲語法)입니다.
이 어법은 불쾌하고 부정적인 것을 표현할 때 직접적으로 하지 않고 부드러운 표현으로 바꿔서 사용하는 것인데 살다보니 왜 필요한 지 점차 수긍이 됩니다.”
나길수 저(著) 《그래도 하나님 밖에 없어요》 (산, 30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뜨거운 국은 식혀 먹듯, 뜨거운 말도 불어가며 건네야 합니다.
속 시원한 말보다, 속 깊은 말이 오래 갑니다.
건축에도 직선과 곡선이 있듯이, 말(言)에도 돌직구 같은 직선의 말이 있고, 에둘러 말하는 곡선 같은 말이 있습니다.
직선으로 말하는 것이 속시원하지만, 에둘러 말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있고, 그 은유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인간입니다.
윷판에서 윷말을 쓰는 것과 삶의 방식은 닮은 데가 있습니다.
때로 최단 코스로 갈 수 있는 길을 에둘러 돌아가야 하는 것처럼, 삶에서도 돌아가야 하는 길이 있고, 돌아가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진실은 망치보다 연필심처럼 다가와야 합니다.
깨뜨리기보다 스며들어야 합니다.
우리 인간들은 너무나 깊은 죄성이 있어서 진실을 감당하기엔 벅찹니다.
너무 밝은 진실은 너무 눈부시기에 넌지시 보여 줘야 할 경우가 많습니다.
태양을 똑바로 볼 수 없듯이 진실도 에둘러서 비스듬히 말해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윤금영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