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엔비디아 H20 칩 수출 금지 해제…미중 희토류 협상에 새 변수
미국 트럼프 정부가 엔비디아의 H20 반도체 칩에 대한 대중국 수출 금지를 해제하면서, 미중 간 반도체·희토류 협상이 다시금 국제 무역의 중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조치는 엔비디아 CEO 젠슨 황(황런쉰)의 중국 방문과 맞물려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황런쉰 CEO는 7월 16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중국 국제 공급망 촉진 박람회(체인 엑스포)에 참석해, 정책이 허용하는 한 중국에 보다 발전된 반도체 제품을 수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이날 행사에서 상징적인 가죽 재킷 대신 당나라 복장을 입고 중국어 인사로 청중을 맞이하며, 중국 시장에 대한 엔비디아의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H20 칩도 여전히 성능이 뛰어나지만, 정책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더 발전된 웨이퍼를 중국에 수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단순한 수익처로 보는 것을 넘어서,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일부 분석가들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본격적으로 완화할 의지가 있는지는 미중 간 무역협상의 전개에 달려 있다고 본다. 특히 중국이 반도체 수출 허용을 조건으로 희토류 수출을 완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된다.
이번 수출 금지 해제의 배경에는 트럼프 정부의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미국 상무부 장관 루트닉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H20 칩의 중국 판매 재개는 희토류 자석과 연계된 협정의 일부”라고 밝혔으며, 이는 최근 미국이 자국 제조업체를 위한 희토류 공급 재개에 합의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젠슨 황은 중국 방문 직전인 7월 10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한 바 있다. 이는 반도체 규제에 관한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고자 하는 시도로 해석된다. 황 CEO는 올해만 벌써 세 번째 중국을 방문하고 있으며, 지난 4월에도 중국 부총리 허리펑을 만나 엔비디아의 중국 내 지속적 활동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엔비디아 주가는 뉴욕 증시 개장 초 0.15% 하락했고, 중국 본토 및 홍콩 증시는 상승 출발 후 하락세로 전환됐다. 이는 투자자들이 해당 이슈를 빠르게 소화했음을 반영한다.
한편, 미국은 2022년부터 국가 안보를 이유로 엔비디아의 첨단 반도체 수출을 금지해왔다. 이 조치는 기술의 군사적 활용을 우려한 조치이며, 최근 수출 통제 목록에 중국 시장 전용으로 설계된 H20 칩까지 포함되면서 엔비디아는 약 55억 달러의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중국 측은 이번 체인 엑스포 개막식에서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허리펑 부총리는 “일부 국가는 ‘위험 감소’를 명분으로 시장에 개입하고 관세와 규제조치를 통해 제조업 회귀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각국의 자원 여건과 발전 수준 차이를 고려해, 글로벌 시장의 파이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중은 8월 12일까지 90일간의 임시 무역 휴전 상태에 있으며, 제네바와 런던에서의 회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관세율에 대한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이는 웨이퍼와 희토류 등 주요 사안에 대한 양측 입장차를 그대로 드러낸다.
전문가들은 이번 H20 수출 해제가 희토류 협상을 촉진하기 위한 전략적 타협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협상 결렬 시 제한 조치가 다시 강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중국의 엔비디아 반도체에 대한 실질 수요가 얼마나 긴급한지도 불분명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싱가포르의 산업 분석가 장판은 H20 칩이 제한된 성능의 ‘강등판’임을 지적하며, 수출 해제는 상징적 의미에 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베이징이 이를 미국의 실질적 양보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양측은 여전히 깊은 이견 속에 있으며 통제는 언제든지 강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