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지털 위안화 국제화 본격화…글로벌 금융질서 재편 노린다

2025-07-16     차승민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중국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인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화를 본격화하며, 글로벌 금융 구조의 재편을 꾀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7월 9일 보도를 통해, 특히 ‘일대일로’ 참여국과의 국경 간 무역에서 디지털 위안화의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베이징이 주도하는 새로운 글로벌 금융 질서 구축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미국 주도의 달러 중심 체계가 무역 전쟁과 제재를 배경으로 ‘무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국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디지털 위안화와 자체 국경 간 결제 시스템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글로벌 은행 간 통신망(SWIFT)에 기반한 현재의 달러 시스템이 정치적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기술과 통화를 결합한 새로운 체계를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인민은행 판궁성(潘功胜) 행장은 지난달 상하이에 디지털 위안화 국제 운영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를 통해 국제 통화 시스템의 다극화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와 관세 정책은 달러 외 자산, 특히 위안화에 대한 글로벌 관심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이미 중국은 홍콩, 태국, 아랍에미리트 등 여러 국가의 중앙은행과 디지털 통화 협력에 관한 문서를 체결했으며, 2022년에는 이들 국가 간 160건 이상, 총 2,200만 달러 규모의 디지털 화폐 거래가 시범적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이는 중국이 디지털 인프라를 바탕으로 기존 무역결제 질서를 다시 구성하고자 하는 움직임의 일환이다.

개발도상국 사이에서는 디지털 위안화가 빠르고 비용 효율적인 결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미국 달러의 환율 변동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의 중앙은행도 디지털 결제 시스템 도입에 나서고 있으며, 캄보디아의 ‘바콩’ 시스템과 태국의 ‘신속 결제’ 플랫폼 등은 중국식 디지털 결제 모델의 영향력을 반영한다.

이번 보도는 디지털 화폐 계획이 단순한 금융 혁신을 넘어 지정학적 도구로 기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아세안을 포함한 중간 강국들은 미 달러 체계와 중국 주도의 디지털 위안화 체계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모색하고 있으며, 일부는 디지털 위안화를 적극 수용하고, 또 일부는 자국 시스템을 강화해 외부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의 디지털 통화 전략은 점진적이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기술을 통해 금융 주권을 강화하고, 국제 무역의 흐름을 재편하려는 베이징의 시도는 앞으로의 글로벌 통화 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