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산업 본격화
중국 자본과 기술이 촉진제 역할
인도네시아 정부가 전기차 생태계를 완성하고 순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배터리 재활용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 자본과 기술이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인도네시아의 전기차 산업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회수는 지속 가능한 산업 구축에 필수적인 요소로 꼽히지만, 인도네시아는 2022년 전기차 산업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에도 배터리 회수 체계가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배터리 폐기물이 안전하게 처리되지 않아 지역 사회 건강을 위협하고, 관련 규제 부족과 폐기물 운송 비용 증가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인도네시아 싱크탱크인 필수서비스개혁연구소(IESR)의 파리 아드난 파드힐라 연구원은 “지속 가능한 전기차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재활용 기술과 규제 프레임워크, 비즈니스 모델 등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배터리 회수 관련 기술력과 제도적 기반, 사용 가능한 폐배터리 수량 등에서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인드라 연구원 또한 정부가 회수, 분류, 금속 추출 등 배터리 재활용 단계별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지 않았으며, 현재 폐배터리는 단순 유해 폐기물로만 분류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 중국 자본 기업들이 인도네시아 배터리 재활용 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6월 말에는 인도네시아 국영 배터리 회사와 중국 CATL이 합작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착공되었으며, 해당 프로젝트에는 서자바주의 배터리 생산 공장뿐 아니라 북마루쿠주의 하마헤라 섬에 니켈 광산 정제 및 배터리 재활용 공장도 포함되어 있다. 이 재활용 시설은 2031년까지 연간 2만 톤의 황산염 금속과 탄산리튬을 생산할 예정이다.
또 다른 중국 기업 젬(GEM)은 술라웨시주의 삼발라기 마을에 국제녹색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인도네시아 기업과 협력해 녹색 니켈 자원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총 80억 달러 규모로, 초기 투자만 20억 달러에 달한다. GEM 회장 쉬카이화는 “중국의 녹색 기술과 관리를 도입해 인도네시아에 첨단 녹색 단지를 조성하겠다”며 순환경제 구축 의지를 밝혔다.
한편, 유엔 글로벌 협약 기구는 지속 가능한 인프라 구축을 주제로 한 고품질 ‘일대일로’ 정상회의를 5월 말 인도네시아에서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그린메이, 중국 중남대학교, 인도네시아 반둥공과대학이 참여해 공동 설립한 연구소도 포함되었다. 이 연구소는 지난해 8월 설립되어 5월까지 30명의 대학원생이 연구를 진행, 150건의 특허를 획득했다. 이는 양국 간 기술 협력의 대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무역 보호주의가 확산되는 가운데, 쉬카이화 회장은 “인도네시아의 니켈 자원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으며, 향후 신재생 에너지, 배터리, 자동차 산업에서 인도네시아는 큰 잠재력을 지닐 것”이라며 투자 지속 의지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이 앞으로 인도네시아 전기차 배터리 산업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내다봤다. 파드힐라는 “중국은 이미 전기차 산업과 재활용 기술에서 글로벌 선두주자이며, 인도네시아에 있어 중요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드라 연구원은 “배터리 회수의 산업화에는 여전히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고 외국 투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정부가 민간 기업, 대학, 연구기관 간 협력을 강화해 재활용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