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베트남, 美 관세 압력 속 대응 모색
협정·시장 다변화로 돌파구 찾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외 관세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 움직임에 나섰다. 인도네시아는 미국산 에너지 및 농산물 구매를 대폭 확대하기로 약속하며, 이에 상응하는 관세 완화를 기대하고 있으며, 베트남은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통해 관세 불확실성을 타개하고자 하고 있다.
엘랑가 인도네시아 수석 경제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영 석유회사가 미국과 에너지 구매 확대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식품회사 폭스 그룹(FKS)과 농산물 가공업체 Sorini Agro Asia Corporindo도 미국과의 농산물 수입 확대를 위한 협정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엘랑가는 앞서 인도네시아 기업들이 약 340억 달러 규모의 상품을 미국에서 구매할 의사를 밝혔으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 방침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가 8월 1일 이전까지 미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하지 않으면, 기존 10% 기준 세율에서 32%로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 워싱턴 대사관은 이와 관련된 주요 상업 협정들이 지난 8일 워싱턴 회의에서 체결되었으며, 양국은 향후 경제 협력을 확대하는 데 있어 의미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베트남도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한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하노이에서 열린 투자 회의에서 판티승 산업무역부 부부장은 “이러한 상황이 베트남 경제에 구조적 전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공급망 개선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베트남은 최근 협상을 통해, 미국이 베트남산 제품에 20%의 관세를 부과하고, 베트남을 통해 우회 수출되는 제3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4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은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판티승 부부장은 “베트남은 이미 16개의 FTA를 체결한 상태이며, 이를 통해 시장을 다변화하고 수출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 최소 8%의 경제성장률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판 민 찐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이 목표는 쉽지 않지만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미·중 무역 갈등과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 아세안 주요 국가들의 대응 전략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