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증산 결정, 연말 석유 공급 과잉 우려
트럼프의 연료비 인하 공약에 호응
2025년 7월 6일 블룸버그 뉴스는 OPEC+가 단행한 깜짝 증산 결정이 글로벌 석유 시장에 충격파를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올해 말 공급 과잉을 심화시켜 생산업체에 가격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 온 연료비 절감 공약 이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OPEC과 그 동맹국들은 단기적으로 증산된 석유가 충분히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한 이번 증산 결정 이후 국제유가는 반등세를 보였지만, 이는 석유 시장이 여전히 불확실한 시기에 접어들었음을 반영한다.
취리히 UBS의 분석가 조반니 스타우노보는 “현재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며, 시장은 추가 물량을 흡수할 수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무역 긴장 등 중장기 리스크 요인들이 가격 하방 압력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OPEC+는 7월 5일 단 10분간의 화상 회의 후, 8월부터 하루 54만8천 배럴의 생산량을 추가 회복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기존 5~7월 증산량보다 훨씬 큰 수치로, 에너지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 조치는 소비자들에게는 희소식이었고,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승리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는 미국 셰일업체와 OPEC 회원국 등 생산자들에겐 경제적 고통을 초래할 수 있는 결정이기도 하다.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는 6일 아시아 시장을 대상으로 원유 판매 프리미엄을 예상보다 큰 폭으로 인상하며 수요 부족에 대한 우려가 없음을 내비쳤다. OPEC+ 관계자들은 북반구 여름철 수요가 강력하게 뒷받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미국 쿠싱 지역의 원유 재고 감소와 디젤 재고 급감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미 증산 발표 이전부터 올해 4분기 석유 공급이 소비량 대비 약 1.5% 과잉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실제 시장에서는 최근 2주간 런던 유가가 11% 하락하며 이스라엘-이란 갈등 여파를 빠르게 해소했고, 이는 증산의 긴급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반영한다.
OPEC+는 오는 8월 3일 추가 회의를 통해 9월에 또 한 차례 54만8천 배럴 증산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는 당초 2023년 220만 배럴 감산 결정을 1년 앞당겨 철회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사우디 에너지 장관은 일부 국가들이 할당량을 초과한 만큼 증산분을 양보하라는 압박을 지속하고 있어 실제 증산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유가 하락은 미국 석유 산업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엑손모빌을 비롯한 대형 에너지 기업뿐 아니라 트럼프를 지지하는 셰일업체들도 시추 계획 축소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미국 내 셰일 업계 고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가 하락으로 인해 올해 하반기 시추 횟수는 당초 계획보다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러한 시장 충격은 결국 OPEC+내부에도 부담이 될 수 있으며, 글로벌 에너지 패권 경쟁과 시장 점유율 확보를 둘러싼 긴장도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