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록적 폭염에 말차 생산 급감

글로벌 수요 급증 속 가격 사상 최고치

2025-07-04     이창우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요 급증이 맞물리며 일본산 말차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말차는 텐차(찻잎과 줄기)를 가루로 만든 전통 녹차 제품으로, 특히 항산화와 각성 효과 덕분에 전 세계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다.

말차의 주요 생산지 중 하나인 일본 교토 지역은 전체 텐차 생산량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나, 지난해 여름 심각한 폭염으로 인해 차나무의 생장이 손상되면서 올해 4~5월 수확기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로 인해 말차의 생산량은 급감했고, 공급 부족은 가격 상승으로 직결됐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2024년 일본 녹차의 수출 총액은 전년 대비 25% 증가한 364억 엔(약 3억 2천만 싱가포르 달러)을 기록했다. 이 중 말차를 포함한 분말 차류 제품이 수출 증가를 주도했으며, 수출량도 16% 상승했다.

그러나 글로벌 일본 차 협회는 가격 상승세에 우려를 표했다. 2024년 5월, 교토의 한 경매에서 정차 가격은 킬로그램당 8,235엔으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70% 급등한 수치다. 이는 2016년 기록된 4,862엔을 크게 웃도는 사상 최고가다.

수요와 공급의 격차는 유통 현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도매업자들은 구매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의 일본 차 수입업체 Tealife의 창립자 이시이 유키는 “작년 고객의 말차 수요가 9배 증가했지만, 일본의 공급량은 감소 추세에 있다”며 “거의 연중 품절 상태”라고 밝혔다.

미국 뉴저지주에서 말차 전문 연마 회사를 운영하는 팔슨 역시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오랫동안 교토 우지 지역의 차 농가와 협력해 왔으며, “일본 차 농부들이 생산량 확대를 시도 중이나, 새로 심은 차밭이 수확 가능해지기까지는 약 5년이 걸린다”며, “단기간 내 공급 부족이 해소되기 어렵고, 말차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에 따른 작황 불안과 전 세계적인 건강 음료 트렌드가 겹치면서, 말차 시장은 당분간 가격 고공 행진과 공급 긴장 속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