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노동자들, 실질 임금 하락 직면…“인플레이션의 대가는 노동자 몫”
유럽연합 내 단체협상에 참여한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최근 몇 년간 실질 임금 하락의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독일 진보 성향 일간지 청년 세계보가 6월 26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독일 한스 벡클러 재단 산하 경제사회과학연구소(WSI)가 발표한 《단체협상 보고서》는 2024년 유로존의 실질 임금이 2020년 평균보다 약 5% 낮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2023년과 2024년을 “유럽 전역에서 파업이 빈번히 발생한 해”로 규정하며, 이로 인해 2024년 실질 임금이 전년 대비 약 2%가량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질 임금 수준은 팬데믹 이전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연구소는 “진보의 여지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특히 2021년 이후 급격한 인플레이션에 따른 실질 임금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단체협상의 지연”을 꼽았다. 노조가 예상치 못한 가격 충격 등 외부 변수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못했으며, 이로 인해 협상 시차가 발생하면서 실질 구매력 손실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현재 노조들은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등에서 비교적 두드러진 구매력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임금 회복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또한 최근 수년간 이어진 글로벌 위기 상황 속에서 기업은 막대한 이윤을 거둔 반면, 일반 노동자들은 생활비 상승이라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과 그로 인한 군비 경쟁은 물가 상승을 가속화시켰으며, 이는 실질적으로 “인플레이션이라는 이름으로 부가 독점 기업에 집중되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유럽 노동자들이 처한 경제적 현실을 다시금 조명하며, 단체협상의 속도와 사회적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실질 임금 회복을 위한 보다 과감하고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는 점에서, 유럽 각국 노조의 움직임과 정부의 정책 방향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