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대기업, 베트남에 AI R&D 센터 집중 투자

2025-06-27     차승민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베트남을 인공지능(AI) 연구개발 거점으로 주목하며 적극적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6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퀄컴은 최근 동남아시아 최초의 AI 연구개발센터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개소했으며, 엔비디아 또한 AI 연구 기관을 설립할 계획이다. 풍부한 정보기술(IT) 인재와 기술력을 갖춘 베트남은 글로벌 AI 인재 확보 경쟁 속에서 각광받고 있다.

퀄컴은 지난 6월 10일 하노이에서 AI R&D 센터를 개소하고, 100명 이상의 연구 인력을 투입해 기초 연구부터 대형 언어 모델(LLM) 개발 및 다양한 실용 응용 분야에 이르는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퀄컴은 이번 센터 설립을 위해 지난 4월 베트남 토종 인공지능 기업 모비안(Mobian)을 인수했다. 모비안은 베트남 최대 기업인 위너 그룹(VinGroup) 산하의 인공지능 전문 자회사로, 베트남어 기반 LLM 개발과 전기차 탑재 AI 시스템을 연구해왔다.

모비안의 핵심 연구 인력이자 딥마인드(DeepMind) 출신인 페이펑은 그동안 베트남 AI 기술의 성장에 큰 기여를 해왔다. 2022년 기준 글로벌 AI 연구 역량 평가에서 위너 인공지능은 일본 전기회사에 이어 세계 20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위너 그룹은 전기차 사업의 자금난으로 인해 해당 AI 자회사를 매각하게 되었고, 퀄컴이 이를 인수해 AI 전략을 본격화했다.

퀄컴은 이미 2018년부터 전 세계 여러 나라에 AI 전문 연구조직을 설립하며 반도체 기술의 응용 영역을 확장해왔다. 이번 베트남 진출은 아시아 지역의 인재 확보와 기술력 강화 전략의 일환이다. 퀄컴 글로벌 회장 앨릭스 로저스는 "베트남의 AI 전문가 수준은 세계 20위권 안에 들며, 고급 인재 양성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베트남은 매년 약 5만~6만 명의 대학생이 IT 관련 전공에 진학하며, 2024년 기준 IT 인재 수는 약 56만 명으로 2020년 대비 1.4배 이상 증가했다. 저렴한 인건비와 높은 근면성으로 전자 제품 생산 기지로 각광받던 베트남은, 이제 기술 인재 양성을 통해 연구개발 중심 국가로의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AI 기술 인력에 대한 수요는 퀄컴뿐 아니라 엔비디아도 적극 반응하고 있다.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황인훈은 2024년 12월 베트남을 방문해 현지에 지점을 설립하고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하노이 지점 또한 현지 대학과의 협력을 통해 AI 및 IT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해 교육 및 연구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으며, 고급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향후 중요한 국가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인건비 상승으로 제조업 중심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연구개발 역량 강화가 베트남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