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포옛 감독은 전북현대 '왕조 재건 중'... "시간을 알려주는 대신 시계를 제작"
거스 포옛 감독은 전북현대를 반 년 만에 완전히 '왕조 시절'로 되돌렸다.
그야말로 지난해 절체절명의 위기를 벗어난 시점에서 다시 일취월장 하는 도약을 견인하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름과 명성이 절대로 헛되이 전해지지 않는다’는 명불허전(名不虛傳)의 실체를 보여준 셈이다.
지난 시즌 극적인 잔류 이후, 전북의 가장 큰 변화는 바로 포옛 감독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옛 부임 이후, 올 시즌 초반 흔들리는 모습에서 벗어나 16경기 연속 압도적인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다.
압도적인 무패 행진으로 확 달라지게 만든 것은 바로 '기본'과 '밸런스'를 잡는 데 있었다.
포옛 감독은 최근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자신감'과 '기본'을 언급하면서 기본체력과 정신력이 밑바탕이 되어야 하며, 이와관련 공수 밸런스를 강조했다.
기본이란 무엇일까?
그는 기초 체력훈련과 팀의 단결과 단합을 강조하는 성실한 자세(팀 플레이)를 처음부터 요구했다.
선수 개개인들이 평소 훈련에 임하는 자세와 실제 그라운드에서의 경기력을 바탕으로 출전을 시키고 있다. 육체적 ㆍ정신적 상태는 경기력(성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공격과 수비 '밸런스' 역시 중요하게 여겼다. 전북은 올 시즌 리그에서 현재 최다 득점(34골)에 최소실점(15실점)으로 가장 뛰어난 공격과 수비 밸런스(+19)를 자랑하고 있다.
선수들의 자세와 준비상태, 개인 저마다의 기량과 상대팀의 경기운용과 전략ㆍ전술의 본질, 당일 경기장 분위기를 통찰하는 리더십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이른바 "미세한 것을 보고 맑고 흐린 것을 안다."는 뜻의 '견미이지청탁(見微而知淸濁)'의 냉철한 식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감독은 경기상황에서 상대팀의 선수 기용과 전술, 매순간 선수들의 자세, 실제 경기력 표출과 개인 기량에서 나타나는 현상 이면의 본질적인 실체를 꿰뚫어 보는 힘을 길러야 한다.
당연히 과거 선수시절 겪어던 경험과 그간 경기력 분석과 K1리그의 다양한 사례 관찰을 통해서만 본질을 꿰뚫어 볼수 있는 법이다.
중국의 역사가 허탁운(許倬雲, 1930~ ) 선생은 이를 ‘계기(契機)를 예견(豫見)하는 리더십’으로 표현했다.
계기란 ‘어떤 일이 일어나거나 변화하도록 만드는 결정적인 원인이나 기회’를 가리키는 단어다.
말하자면 어떤 일 속에 잠재 내지 잠복되어 있는 낌새와 같은 것이다.
리더는 바로 그 낌새를 직관ㆍ통찰하여 앞으로 일어날 상황을 예견할 줄 알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축구 감독은 경영자로서 '시간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시계를 만드는 사람이다.
매 경기마다 현실적인 상황에서 최적의 선수 조합을 통해 실점은 줄이고 공격포인트는 올리는 비결을 꾸준히 설계하고 실천하는 작업이다.
경영 컨설턴트 짐 콜린스는 《Built to Last –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중에 유능한 CEO는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고, 한 개인의 일생이나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을 뛰어넘어 오랫동안 번창 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 이른바 ‘시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과거 왕조를 재건한다는 관점에서 포옛 감독은 프로축구 전북현대라는 명가(名家)의 전통을 계승ㆍ발전 시키는데 있어서 착실히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볼수 있다.
현재 포옛 감독은 스스로도 전북에서의 최장수 16연속 무패 기록은 감독 개인 최고 기록으로서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셈이다.
신화는 언제나 깨어지기 마련이지만 전북현대는 계속 포옛 감독의 리더십과 선수들의 자신감이 함께 어우러져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이에 지난 21일 아침부터 비가 내렸는데, 서울 FC경기 내내 장대비가 쏟아지는 악천후 속에서도 거의 3만명이 전주성에 운집토록 만들었다.
이상기 칼럼니스트 sgrhee21@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