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위기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아랍에미리트, 안전자산으로서의 위상 강
아랍에미리트(UAE)는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되는 상황 속에서도 다시 한 번 강한 회복력을 입증하고 있다. 2010년 아랍의 봄,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세계적 위기 속에서도 자본 유입에 성공해 온 아랍에미리트는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이라는 중대한 시험대에 직면했지만, 여전히 견고한 경제적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6월 13일부터 이란을 대상으로 국경을 넘는 공격을 감행했으며, 미국 역시 6월 21일 이란 핵 시설을 공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에 발표한 휴전 협정이 현재로서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듯하지만, 전문가들은 중동의 긴장감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고 분석한다.
두바이의 보안 서비스 업체인 Crownox의 책임자 나세르 에딘은 이번 사태가 통제 가능한 수준이지만, 향후에는 어떤 행동도 제한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 신호가 되었다고 밝혔다. 두바이에서 활동 중인 부동산 중개인 키리첸코 또한 “이번 사태가 현재까지 시장 심리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지만, 상황이 다시 악화되면 투자자 신뢰에 금이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시장 반응은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이다.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 응한 은행가, 헤지펀드, 국부펀드 고위 관계자 10여 명은 현재 자본 유출이나 기업 철수와 같은 부정적인 징후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초기에는 아랍에미리트 증시가 일시적으로 하락했으나, 빠르게 반등해 두바이 지수는 충돌 이전 대비 3% 상승하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아부다비 증시도 1% 이상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러한 반응은 아랍에미리트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데 능숙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많은 러시아 자본이 두바이로 유입되면서 부동산 가격은 팬데믹 이후 4년간 70%나 상승했다. 이는 UAE가 혼란 속에서도 투자자들에게 ‘피난처’로 인식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아부다비 상업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말리크는 “UAE는 안전자산으로서의 위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거시경제 여건도 여전히 강력하고 구조개혁도 탄탄하게 추진되고 있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이번 사태로 경제 활동에 중단이 발생하지 않았고, 휴전 역시 긍정적인 신호”라고 덧붙였다.
정부 고문들 역시 인구 밀집 지역에 직접적인 공격이 가해지지 않는 한, 아랍에미리트의 ‘중립적이고 개방적인 경제 허브’라는 위상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UAE의 IPO 관련 은행가들에 따르면, 여름 이후로 예정된 상장 프로젝트들도 현재까지는 지정학적 불안의 영향을 받지 않고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인근 카타르의 도하에서도 미군 기지 공격 이후에도 현지 금융기관들은 일상적으로 영업 중이다.
아랍에미리트는 여전히 글로벌 자본이 안정을 찾아 몰려드는 주요 목적지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국제 정세 속에서도 강력한 회복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그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