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긴장 고조, 유가 상승과 에너지 전환의 기로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이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 특히 원유 가격의 급등은 기후 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 전략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적대 행위가 심화되며 국제 유가는 약 25% 상승했다. 이란은 하루 약 4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주요 산유국으로, 갈등이 격화될 경우 이란의 공급 차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중동 원유 수출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성은 시장에 긴장감을 더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 에너지 공급망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통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으나, 가격이라는 근본적 변수는 여전히 시장의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 원유 가격은 에너지 시장에서 가장 민감한 지표 중 하나이며, 고유가 상황은 국가와 기업 모두에게 복잡한 선택지를 제시한다.
한편, 고유가는 대체 에너지로의 전환을 촉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고, 연료 효율성이 높은 소형차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중공업 분야에서도 디젤 의존도를 줄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후 변화 대응이라는 목표에 부합하면서도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 완화라는 실리를 추구하는 방향이다.
그러나 고유가는 동시에 석유업계에 더 많은 시추와 생산 유인을 제공한다. 과거에는 수익성이 떨어졌던 고비용 유전도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고, 일부 기업들은 이를 활용해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다만 업계 전반은 고유가가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신중한 투자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주요 석유 기업들은 새로운 대규모 개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바이든 대통령 모두의 증산 요구에도 업계는 명확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와 유사한 국면이다. 당시 유럽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재생 에너지 확대에 박차를 가했으며, 이는 청정 에너지가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닌 국가 안보 전략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 내에서도 재생 에너지를 에너지 안보의 축으로 인식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의 산유국은 중기적으로 공급 확대가 가능하다고 보았지만, 여전히 시장의 불확실성은 크다. 반면, 재생 가능 에너지는 지역 기반이 강하고 지정학적 리스크에 영향을 덜 받으며, 가격 또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이점을 지닌다.
이처럼 유가 변동성은 단기적으로는 석유 산업에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재생 에너지의 전략적 가치를 더욱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정학적 갈등이 반복되는 세계에서, 기업과 국가는 에너지 안보와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복합적 대응 전략이 필요해졌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