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쌀값 급등에 외식·식품업계 '탈쌀' 가속…라면·우동 소비 확대
일본에서 쌀값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소비자들과 외식·식품업계가 빠르게 대체재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은 쌀 섭취를 줄이기 시작했고, 체인 레스토랑과 식품 제조업체들은 라면과 우동 등 면류로 중심축을 옮기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돼지고기덮밥 체인점 '전(伝)'은 지난 5월 도쿄에 첫 라면 전문점을 열고, 내년 2월까지 추가로 3곳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체인의 대변인은 "쌀값이 몇 년 전보다 3배 이상 올랐다"며 "돼지고기밥 단일 품목에 의존하면 사업 지속성이 약화될 수 있어 라면 사업으로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돼지고기덮밥 세트 메뉴는 현재 890엔(약 6달러)으로, 2021년의 630엔에 비해 크게 오른 상태다. 대변인은 “가격이 1,000엔을 넘기면 소비자들이 등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소고기덮밥 체인 ‘요시노야’를 운영하는 요시노야홀딩스도 라면 사업 강화에 나섰다. 요시노야홀딩스 오자와 미치히로 부사장은 “라면은 쌀과 고기에 대한 원재료 부담을 분산시킬 수 있는 수단”이라며, 식재료 수급과 가격 안정성 측면에서 장점이 크다고 평가했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5킬로그램 기준 쌀 가격은 4,176엔으로, 지난해보다 두 배 상승했으며 여전히 고점에서 유지되고 있다. 정부가 시장 안정화를 위해 일부 비축미를 방출했지만, 가격은 크게 낮아지지 않았다.
일반 소비자들의 식습관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면류 제조업체 타이바오메이커에 따르면, 지난 4~5월 냉동 우동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증가했으며, 봉지 우동국물 제품도 같은 기간 10%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다. 한편, 메이지홀딩스는 자사 대표 상품인 '메이지 불가리아 요구르트'의 매출이 작년 4월 이후 매달 약 10%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쌀 대신 빵과 시리얼 등 서양식 아침 식사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쌀값 고공행진이 지속될 경우 일본 식문화 전반에 구조적 변화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