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이재명 대통령과 ‘만사현통’의 귀환
대한민국의 권력 지형은 늘 변화무쌍했지만, 하나의 법칙만은 결코 예외가 없었다.
권력의 정점에 서면 '만사'가 누군가를 통해 '통'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 ‘만사형통’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이상득'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을 거치지 않고는 아무 일도 되지 않는다’는 뜻에서 ‘만사형통’은 곧 권력의 다른 이름이었다.
2025년 6월 이재명 대통령의 집권 초반기 아니 대통령이 된지 3주도 채 안된 마당에 여권 주변에선 슬며시 이런 말이 돌기 시작한다. “만사현통이다.”
여기서 '현'은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최측근, 이른바 '현실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한 김현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을 가리킨다.
김 비서관은 실질적으로는 인사와 정책, 공천까지 좌지우지한다는 평가다.
이 표현은 단순한 농담일까, 아니면 권력 구조의 실상을 드러내는 단서일까?
‘만사형통’이 정치권의 은어로 처음 부상했을 때, 국민은 권력의 사유화에 분노했다. 대통령의 형이 청와대보다 더 힘이 세다는 조롱은, 결국 MB 정부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혔다.
‘만사현통’이 그 부정적 역사를 반복한다면, 이재명 정부 또한 같은 오류를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실용주의자다. 측근에겐 냉정하다는 평가도 따른다. 그러나 권력의 중심이 좁은 문으로 좁혀질수록, ‘실력보다 충성’이 우선되는 경향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대 약점은 ‘사법 리스크’다. 천신만고 끝에 천하를 쥐었지만 아직도 그 트라우마는 이재명 대통령이 사람을 쓸때 늘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싸움에서 끝까지 남는 사람은 그래서 ‘충성’뿐이라는 것을 대통령 스스로도 알고 있을 것이다. ‘만사현통’이란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대통령의 권위는 참모의 권력으로 평가받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장제원·권성동·이철규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을 통제하지 못해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듯, 이재명 대통령 역시 ‘현’을 컨트롤하지 못한다면, 정치적 부담은 고스란히 본인에게 돌아올 것이다.
‘만사현통’은 이재명 대통령의 징표이자, 권력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 구조를 단절하지 못한다면, 역사에 또 하나의 ‘형통’이자 ‘비통’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권력은 나누는 것이 아니라, 분산시키는 것이다. 진짜 실세는 보이지 않아야 실세다.
그런데 벌써부터 총리는 물론 장관인선에 이러저러한 이유로 김비서관이 관여한다는 소문은 아무리 생각해도 적절하지 못한것 같다.
김창권 대기자 ckckck1225@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