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충돌 격화…시장, 미국 개입 여부에 촉각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며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미국의 개입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압력의 재현을 우려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향후 2주 내에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참여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독자적인 군사 행동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미국 측에도 일방적 행동을 자제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동시에 미국은 6월 21일 전략적 요충지인 괌에 B-2 스텔스 폭격기를 배치하며 강력한 군사적 시그널을 보냈다. 이는 시장에 미국의 실질적 개입 가능성을 암시하는 조치로 해석되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금융시장 분석가들은 미국이 무력 사용에 나설 경우 주식 매도가 발생하고, 안전자산 수요가 높아지며 달러 강세가 단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동시에 유가 급등은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더욱 낮출 수 있다.
워싱턴의 포토맥 리버캐피털 수석 투자책임자 스티븐 스펜들은 “이번 조치는 바이든 행정부가 군사적 개입 의지를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유가가 현재의 상승 추세를 유지하도록 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최근 1주일간 약 10% 상승했다.
다만, 주식시장은 아직 큰 충격을 받지 않고 있다. S&P 500 지수는 이스라엘의 첫 공습 이후 소폭 하락한 뒤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브렌트유는 6월 10일 이후 약 18% 상승해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B Riley Wealth의 수석 시장 전략가 호건은 이란의 석유 공급이 직접적으로 차단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현재 유가 수준은 해당 위험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시장은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째는 긴장이 완화되는 경우, 둘째는 이란이 석유 생산을 전면 중단하는 경우, 셋째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는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130달러에 도달하고 미국 연말 인플레이션율은 6%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가격 충격은 실질소득 감소와 소비 위축을 초래하고, 인플레이션 재자극 가능성이 높아져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다. 씨티그룹은 “지정학적 불안이 장기화되더라도 현재로서는 주로 유가에 반영되고 있으며, 주식시장에는 직접적인 충격이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역사적 사례는 시장의 회복력을 시사한다. 2003년 이라크 전쟁, 2019년 사우디 유전 피격 당시에도 시장은 단기 조정 후 반등했으며, S&P 500 지수는 평균적으로 3주 후 0.3% 하락, 2개월 후에는 2.3% 상승한 바 있다.
환율 측면에서는 단기적으로 안전자산 선호로 달러가 강세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맥쿼리 그룹의 전략가 위즈먼은 “미국이 과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처럼 ‘국가 재건’ 단계로 진입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달러 약세로 전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정학적 위기와 에너지 안보의 불확실성이 교차하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은 미중동 정책과 군사 개입 여부에 따라 방향성을 달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