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중앙은행, 기준금리 제로로 인하
디플레이션 우려 속 통화완화 유지
2025년 6월 19일, 스위스 중앙은행(SNB)은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인하하며 사실상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췄다. 이는 스위스가 마이너스 금리 시대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이번 금리 인하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거래자들은 25bp 인하 가능성을 81%로, 보다 급격한 50bp 인하 가능성도 19% 수준으로 점쳤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성명을 통해 “지난 분기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감소했다”며, 이러한 추세에 대응해 통화정책을 완화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상황 전개를 계속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필요시 정책을 조정해 중기적으로 인플레이션 변동성을 억제하고 물가안정을 유지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대부분 국가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이어가는 가운데, 스위스는 오히려 디플레이션에 직면해 있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0.1% 하락해 마이너스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슐레겔 SNB 총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마이너스 인플레이션은 금리 인하의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다”며 “우리는 중기적인 경제 흐름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기적 수치 변동보다는 거시적 추세에 더 의미를 둔다고 설명했다.
SNB는 금리 결정과 함께 2025년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0.2%로, 2026년은 0.5%로 하향 조정했다. 경제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으며, ‘해외 상황의 전개’가 주요 리스크로 지목되었다.
스위스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디플레이션을 겪은 바 있다. 특히 자국 통화인 스위스 프랑의 강세는 저인플레이션의 핵심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ING의 샬럿 드 몽펠리에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시장 불안이 커질수록 스위스 프랑은 안전자산으로서 절상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로 인해 수입물가가 하락하고, 소비자물가 전반에 압력을 가한다”고 분석했다.
스위스는 경제 규모가 작고 개방도가 높아 수입품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특성이 있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은 스위스 프랑의 평가절상 흐름을 억제하고자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유지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번 금리 인하 발표 직후에도 스위스 프랑은 즉각 평가절상되는 모습을 보였다. 슐레겔 총재는 향후 금리 방향에 대해 “예측하기 어렵다”며, 중앙은행은 오는 9월에 다음 통화정책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