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기술 추격에 경계…“AI·반도체 수출 통제 유지해야”
미국 백악관의 암호화폐 및 인공지능(AI) 정책을 총괄하는 데이비드 색스는 중국의 기술 추격 속도가 가파르며,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반도체 및 인공지능 분야에서 여전히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경고했다. 색스는 6월 18일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국의 수출 규제를 능숙하게 회피하고 있으며, 반도체 설계 기술 수준이 미국보다 최대 2년 정도 뒤처졌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글로벌 시장 추격에 주목하며, “미국은 이러한 움직임에 더욱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올해 초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공개한 첨단 AI 모델은, 미국의 강력한 수출 통제 하에서도 중국이 기술적 돌파구를 만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됐다.
색스는 “딥시크 이전까지는 중국의 AI 기술이 수년 뒤처졌다고 생각됐지만, 실제로는 몇 달 차이에 불과했다”며, 미국 내 안이한 인식에 경고를 보냈다. 이러한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이어진 중국에 대한 기술 압박 기조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AI 및 반도체 기술을 둘러싼 미중 간 경쟁은 무역 협상의 핵심 갈등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 기술 접근을 차단하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반대로 중국은 미국의 기술 봉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 광물의 수출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국의 갈등은 전략 자원 분야로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색스는 바이든 행정부의 ‘AI 확산 규칙’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미국이 동맹국들과의 기술 협력을 강화하되, 불필요하게 복잡하고 엄격한 글로벌 규제 체계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선도적인 반도체 기술이 중국으로 유입되어서는 안 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수출 통제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면서도 “GPU(그래픽 처리 장치) 관련 거래까지 모든 분야에 글로벌 규칙을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미국이 동맹국들에 과도한 제한을 가할 경우 이들이 중국산 기술로 눈을 돌리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 니콜라스 번즈는 6월 19일 미국이 주요 공급망을 자국으로 회귀시키고, 새로운 무역 질서를 구축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무제한의 세계화는 단일 공급망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초래해, 미국 경제가 언제든지 심각한 공급 차단 위험에 직면하게 만든다"고 지적하며, 탈중국 공급망 전략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반도체·AI 등 전략 산업 분야를 둘러싼 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