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의 전환점, 미국 이민자 수 감소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
미국의 이민자 수가 최소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6월 15일 보도를 통해 이 같은 흐름이 미국의 경제 구조 전반에 중대한 충격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 중심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민 정책이 있다. 남부 국경의 봉쇄, 국제 유학생에 대한 규제 강화, 이민자 신분 상실 및 대규모 추방 계획은 기존 이민 모델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워싱턴 소재 브루킹스연구소와 미국기업연구소(AEI)의 경제학자들이 곧 발표할 논문에 따르면, 2025년에는 미국의 순이민자 수가 마이너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멕시코 이민자들이 대거 미국을 떠났던 시기 이후 처음이다. 올해 들어서만 외국 태생 노동자 수가 100만 명 이상 감소했다는 미국 노동부 자료는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이민자 수의 감소는 미국 경제의 여러 영역에 걸쳐 충격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 건설업, 호텔업 등 이민자 노동력에 크게 의존하는 산업은 인력 부족에 직면할 것이며, 이는 서비스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는 이민 둔화가 노동력 공급을 위축시키고 있으며, 특히 하반기에는 농업·숙박업 부문의 물가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노동력 부족이 임금 인상으로 전환되었다는 뚜렷한 증거는 부족하다. 이는 소비 여력 증가 없이 인플레이션만 악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미국 경제가 팬데믹 이후 회복 과정에서 경험한 급격한 이민자 유입은 노동력과 소비를 자극하며 성장을 견인한 바 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이민자 수 감소는 경제 성장 둔화, 세수 감소, 사회복지 축소 등 장기적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 진영은 올해 100만 명의 이민자를 추방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며, 이를 위한 1,500억 달러 규모의 예산이 포함된 법안이 하원을 통과해 현재 상원에서 논의 중이다. 이에는 바이든 정부 시기 합법적으로 입국했으나 현재 신분이 불안정한 이민자들도 포함된다. 다만 정부는 최근 농업과 호텔업, 외식업 부문에 대한 단속을 일시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트럼프의 주요 지지 기반인 업계 종사자들의 우려가 반영된 조치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민자 수의 급감이 인구 구조의 전환과 맞물려 미국의 장기적인 경제 역동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은퇴하는 베이비붐 세대를 대체할 신규 노동력 공급이 부족해지는 가운데, 이민자 감소는 생산성 하락과 재정 압박을 동시에 유발할 수 있다. 회계법인 로션메이의 수석 경제학자 조 브루슐라스는 “퇴직하는 노동력을 보충하지 않고 이민자를 내쫓는 것은 결국 인플레이션을 높이고 경제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현재 이민자 유입과 추방, 노동시장 균형 사이에서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이민 정책의 방향성이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 인구 구조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단순한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국가 전략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