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런던 무역 협상, 희토류와 AI 칩 수출 통제로 난항 계속

2025-06-16     조성영
사진=뉴시스 제공.

지난주 종료된 미중 런던 무역 협상에서 양국은 일부 진전을 이루었지만, 국가 안보와 직결된 민감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 문제는 여전히 핵심 쟁점으로 남아있다. 로이터 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미국에 대한 군사용 희토류 수출을 재개하는 문제와 미국의 중국 AI 칩 구매 제한 조치가 협상에서 해결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군사용 희토류 자석 수출 통제를 해제하는 문제를 미국의 최첨단 인공지능 칩 수출 제한과 연계해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미 무역 갈등의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베이징은 아직 미군용 장비에 필요한 사마륨, 테르븀, 디스프로슘 등 핵심 희토류에 대한 수출 허가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이들 원료는 전투기, 미사일 등 전략 무기 제조에 필수적이다.

희토류는 전기차, 전자, 국방 등 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전략 자원이며, 중국은 이를 무역 협상에서 강력한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수입 희토류의 약 75%가 중국산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은 지난 4월 4일 중·중희토류 7개 품목에 대해 수출 통제를 발표하며 트럼프 정부의 대등 관세 조치에 대응했다.

런던 회담에서 중국 측은 비군사용 희토류 자석 수출 신청에 대한 심사 속도를 높이고, 신뢰할 수 있는 미국 기업에 대해서는 ‘그린 채널’을 통해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중국 자석 제조업체 진리융쯔는 지난 6월 11일 미국 수출 허가를 취득했으며, 상무부도 일부 품목에 대한 승인 절차를 지속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사마륨 등 군사용 희토류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베이징이 양보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해당 품목이 현재의 신속 승인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 국방산업의 핵심 공급망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사안으로, 향후 협상에서 계속해서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은 중국의 AI 칩 구매 제한 조치를 계속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해당 기술이 군사적 활용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오는 8월 10일 만료 예정인 일부 대중 관세 유예 기간을 90일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라이언 하스 연구원은 “희토류와 AI 기술은 미중 무역협상에서 단순한 경제적 거래를 넘어 전략적 패권 경쟁의 상징이 되었다”며, “이러한 문제는 단기간 내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라고 분석했다.

푸단대학교 국제문제연구원 우신보 원장도 인터뷰에서 “미국의 기술 압박이 지속되는 한, 중국 역시 전략자산을 지렛대로 사용할 것”이라며 “양국 모두 유리한 협상 카드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미중 간 경제 무역 경쟁은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한 “런던 회담에서 논의된 수출 제한은 대부분 4월 2일 이후 중국이 단행한 조치에 대한 대응”이라고 설명하며, 양국이 8월 10일 전까지 최소 두 차례 더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백악관도 현재의 관세 조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과 중국의 희토류 통제로 인한 산업 압박을 인식하고 있어, 협상 진전에 대한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번 런던 협상을 통해 양국은 일정 부분 협력의 여지를 보였지만, 희토류와 AI 칩 등 전략 기술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심화되고 있으며, 8월까지의 향후 협상 결과가 미중 무역관계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미국이 8월 10일까지 포괄적인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신보는 지금 판단을 내리기에는 시기상조일 수 있다고 보았다. 양국은 그 시한 전에 최소 두 차례 더 협상할 수 있으며, 백악관도 현재 관세 카드의 효과가 제한적이고 희토류 문제에서 베이징에 의해 목이 졸리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어 협상에 조급함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미 양국이 여전히 시한 전에 관세 문제를 우선 해결한 뒤, 다음 단계에서 다른 경제·무역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