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2025년 세계 경제 성장률 2.3%로 하향 조정

“관세와 불확실성이 주요 저항”

2025-06-12     강범수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세계은행(World Bank)은 6월 10일 발표한 반기 세계 경제 전망(Global Economic Prospects) 보고서에서 2025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기존보다 0.4%포인트 낮춘 2.3%로 조정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기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이며, 세계 경제 전반에 구조적인 둔화 신호가 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 조치와 이로 인한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 심화를 세계 경제 성장 둔화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했다. 세계은행은 70%에 달하는 국가들의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했으며, “거의 모든 경제체가 중대한 저항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의 평균 관세가 현재보다 10%포인트 추가 인상되고, 이에 대한 맞대응 조치가 다른 국가들에서 시행될 경우, 세계 경제 성장률은 추가로 0.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놨다. 세계은행은 이미 시행된 미국의 10% 관세 외에, 트럼프 행정부가 4월 발표한 추가 관세 조치는 7월 9일로 연기되어 있어 향후 전망에 추가적인 불확실성을 더한다고 설명했다.

세계 무역 역시 타격을 받고 있다. 2025년 전 세계 무역 증가율은 1.8%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24년의 3.4%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보고서는 하반기 무역 정체 가능성을 언급하며, 신뢰 붕괴, 금융시장 불안, 불확실성 급증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율은 2025년에 2.9%로 예측되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여전히 높은 수치다. 이는 노동 시장의 긴장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선진국들의 성장세는 특히 더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올해 1.4%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지난 1월 전망 대비 0.9%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유로존과 일본도 각각 0.7% 성장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선진 경제 전반의 성장률은 2025년에 1.2%로, 전년(1.7%) 대비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의 성장률 전망도 하향 조정됐다. 세계은행은 이들 국가가 2025년에 3.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이는 기존 4.1%에서 낮아진 수치다. 특히 빈곤 국가들이 관세 충격과 글로벌 금융 긴축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했다.

아이한 코세 세계은행 부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에 드리운 안개 같은 불확실성이 투자 지연과 성장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공급망은 붕괴가 아닌 새로운 글로벌 무역 구조로 적응하고 있으며, 무역 대화 확대와 인공지능(AI)의 기술 발전이 향후 회복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은행은 2027년까지 향후 10년간 세계 GDP 성장률 평균이 2.5%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으며, 이는 1960년대 이후 가장 저조한 수준의 10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