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EU 고율 관세 정책, 세계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 드리워

2025-06-09     유정우
사진=뉴시스 제공.

프랑스 르 피가로는 6월 3일 보도를 통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항과 롱비치 항의 물동량 급감을 전하며, 글로벌 무역 둔화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

이 두 항구는 미국 전체 수입 화물 컨테이너의 3분의 1을 처리하는 핵심 거점으로, 미국 경제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그러나 올해 5월 첫째 주 기준, 화물 처리량은 전년 대비 무려 35%나 급감했다.

이와 같은 하락세는 독일 알리안츠 무역회사의 글로벌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조사에 따르면, 45%의 기업이 수출액 감소를 예상하고 있으며, 이는 끝나지 않은 미중 및 미EU 무역 전쟁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불과 열흘 사이 두 차례에 걸쳐 유럽연합산 제품에 50%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 5월 23일에는 EU 수입품 전반에 대해 고율 관세를 예고했으나, 바로 입장을 바꾸었고, 6월 4일부터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동일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재차 발표했다.

관세 정책의 예고와 철회가 반복되면서 글로벌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를 두고 “허세의 제왕”이라 불리는 트럼프가 또다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관세 조치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정책 불확실성으로, 이는 전 세계 기업의 투자와 운영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현재 미국의 평균 수입 관세율은 2.5%에서 24%로 급등했으며, 특정 중국 상품에는 최대 145%까지 부과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알리안츠 무역회사는 25% 이상의 기업이 일시적 생산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예외는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8%, 내년에는 1.2%로 낮게 전망했다. 알리안츠는 만약 미국이 EU 수입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EU는 GDP의 0.5%에 해당하는 1,000억 유로의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역시 고율 관세의 부메랑 효과를 피하기 어렵다. 인플레이션은 0.4%포인트 상승하고, 경제 성장률은 0.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 카미냐크사의 경제학자 라파엘 갈라르도는 향후 12개월 내에 미국 GDP가 1.5%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관세는 사실상 저소득층에 부과되는 소비세와 같다”고 지적했다.

기업 경영 환경 또한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HSBC 은행 조사에 따르면, 미국 중소기업의 70% 이상이 관세로 인해 직접적인 운영비 증가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대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콜게이트, 펩시, P&G, 킴벌리 등 주요 소비재 기업들은 모두 올해 매출 및 이익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이와 같은 위기는 금융시장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JP모건 체이스의 CEO 제이미 다이먼은 최근 인터뷰에서 미국 채권시장 위기가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채권시장은 조만간 혼란에 직면할 것이며, 그 시점은 반년 후일 수도, 6년 후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유럽에서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아일랜드가 미국의 고율 관세에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으며, 이들 네 국가는 EU의 대미 수출 5,300억 유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영국의 캐피털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대미 수출품에 50% 관세가 부과될 경우 3년 내 독일 GDP는 1.7%, 이탈리아는 1.25%, 프랑스는 0.75%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고율 관세와 무역 불확실성은 이제 특정 국가나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경제 전반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 그 여파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