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차세대 지열 발전 기술로 아시아 에너지 시장 공략 나선다
지속되는 기후 변화로 전 세계 전력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일본이 차세대 지열 발전 기술을 앞세워 아시아 신재생 에너지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지열 자원이 풍부한 일본은 자체 기술 개발을 넘어 해외 상업화를 추진하며 국제 협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은 온천이 많은 지질 특성을 활용해 오래전부터 지열 발전을 재생 에너지의 핵심 분야로 육성해 왔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하 암석층에 물을 주입해 고온의 증기를 회수하는 ‘증강형 지열 발전(EGS)’ 기술을 본격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은 기존 지열 발전보다 약 10배 높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으며, 온천 지구 외곽에서도 발전소 건설이 가능해 활용 범위가 넓다.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열 발전 비용이 킬로와트당 16.1~16.8엔으로 풍력 발전(16.3엔)과 유사한 수준까지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열 발전은 태양광이나 풍력과 달리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장비 수명도 더 길어 에너지 안정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갖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은 현재 미국,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계 3위의 지열 자원 보유국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따라 일본 자원에너지청은 지열 발전의 상업화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관련 기업들도 아시아 전역으로 기술 수출 및 현지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쓰비시 상사는 미국의 에너지 기업 Quaids에 투자해 오는 2028년까지 차세대 지열 발전 시설을 가동하고 전력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해당 시설은 밀리미터파를 이용해 지하 최대 2만 미터까지 암석을 굴착하며, 굴착기 없이 발전 설비를 설치하는 신기술이 적용됐다. Quaids는 이후 일본에서의 상용화를 거쳐 다른 아시아 국가로 기술을 확장할 계획이다.
또한 동양엔지니어링은 올해 인도네시아에서 '폐쇄 루프' 방식의 지열 발전 시범 사업을 시작한다. 이는 지하에 설치한 파이프를 통해 지상에서 물을 주입하고, 지열로 가열된 물을 다시 끌어올려 발전하는 구조다. 이 회사는 2026년 상업화를 목표로 하며, 건설 비용은 1,000킬로와트당 약 100만 달러로 기존 발전 방식과 유사한 수준이다.
이외에도 중부전력과 가시마건설이 투자한 캐나다 스타트업 에버(EVER) 역시 아시아 시장 진출을 모색 중이다. 에버의 기술은 발전소 건설 시간을 기존의 절반으로 단축할 수 있어 시장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일본의 차세대 지열 발전 기술은 재생에너지의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향후 아시아 전체 에너지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