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태평양, 기록적 폭염에 해양 생태계 위기…열대 빙하도 소멸 위기

2025-06-06     이창우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6월 5일 발표한 연례 보고서를 통해, 2024년 서남태평양 지역이 전례 없는 폭염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해양 표면의 10% 이상이 영향을 받고 산호초가 파괴되는 등 심각한 환경 위기를 겪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 지역에 남아 있는 유일한 열대 빙하가 급속히 융해되고 있어 수년 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를 포함한 이 지역은 2024년 평균 기온이 1991년부터 2020년까지의 평균보다 약 0.5도 더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 작성자인 기상청의 트레윈은 “서남태평양 대부분이 2024년 중 적어도 한 시점에는 심각한 해양 열파를 겪었으며, 특히 적도와 그 남쪽 지역에서 심각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고온 현상은 약 4천만 평방킬로미터의 바다에 영향을 미쳤으며, 필리핀과 호주에서는 사상 최고 기온이 기록되었다. 해양 표면 온도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해양 총열 함량은 2022년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해수면 상승도 여전히 위협적인 수준이다. 보고서는 서남태평양의 해수면 상승 속도가 전 세계 평균보다 빠르며, 인구의 절반 이상이 해안으로부터 500미터 이내에 거주하는 이 지역에서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위성 자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뉴기니 섬 서부에 위치한 열대 빙하는 지난 한 해 동안 최대 50%까지 빙하 면적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기상 조직의 터킨턴은 “이와 같은 소멸 속도가 지속된다면, 해당 빙하는 2026년 또는 그 직후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보고서는 기후 변화가 단지 기온 상승에 그치지 않고, 생태계와 인류의 거주 환경 전반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경고 신호로 해석된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