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 산업, 전성기 속 인재 부족 위기

2025-06-03     차승민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이 글로벌 인기를 바탕으로 사상 최대의 시장 규모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인재 부족 문제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6월 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업계는 2050년까지 종사자 수가 2019년 대비 약 3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일본 정부가 추진 중인 콘텐츠 수출 확대 전략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2023년 기준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는 약 3조 3,465억 엔(약 232억 달러)으로, 전년 대비 14%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해외 시장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국내 시장을 추월하며 1조 7,222억 엔에 달했다. 일본 정부는 2033년까지 콘텐츠 수출을 20조 엔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이 중 애니메이션 분야는 약 6조 2천억 엔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화려한 성과 이면에는 심각한 구조적 문제들이 존재한다. 일본 종합연구소의 야스이 요스케 수석연구원은 정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약 3만 명의 제작 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으나, 현 추세대로라면 2050년에는 애니메이션 종사자가 4,562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9년의 6,211명에서 약 27% 감소한 수치다.

인재 부족의 주된 원인은 저수익 구조와 열악한 노동 환경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문화 연합회(NAFCA)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전체 애니메이터의 45%가 연 수입 240만 엔 이하의 저소득층에 해당한다. 해외 수요는 늘었지만, 제작사로의 이익 환류는 매우 제한적이다. 2023년 애니메이션 배급 시장이 전체적으로 51% 성장한 반면, 제작사의 배급 관련 수익은 6% 증가에 그쳤다. 외국 자본이 제작사에 지급하는 비용은 발행 수익과 연동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숙련 인력의 퇴직과 젊은 인재의 유입 둔화 역시 큰 문제다. 경험 부족의 젊은 애니메이터들이 독립적으로 작업을 수행하기 어려워 외주 업무에만 그치는 경우가 많고, 결국 업계를 떠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반면, 숙련된 베테랑 애니메이터는 젊은 인력을 보조하느라 과로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제작 현장의 인력 부족은 애니메이터에 국한되지 않는다. 감독, 제작 매니저 등 전 직종에서 인재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으며, 이는 작품 수 증가와 과거 열악한 노동 조건의 여파로 분석된다. 최근에는 고정밀 애니메이션 수요가 높아지면서, 한 작품당 필요한 스태프 수도 증가하고 있어 소수의 인재에만 의존하기엔 한계가 명확하다.

전문가들은 향후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인재 양성과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자금 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현재와 같은 인재 양성 속도와 제작량이 병행된다면 필연적으로 인력 부족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작품 수를 줄이고 개별 작품당 수익을 높이는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이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지금, 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더 이상 인력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