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으로 자금 회귀…트럼프 관세 정책 이후 투자 흐름 변화
전 세계 자금이 다시 신흥시장 국가로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투자 흐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5월 27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5월 중 신흥시장으로 유입된 자금은 8개월 만에 순유입 전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일부 자산이 미국 외 지역으로 분산되기 시작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여기에 달러화 가치 상승세가 일단락되고,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맞물리며 신흥시장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자료에 따르면, 5월 22일 하루 동안 신흥시장으로의 자금 순유입은 100억 달러에 달했다. 만약 5월 말까지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된다면, 이는 2024년 9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인하한 이후 처음으로 신흥시장에 순유입이 기록되는 달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주요 신흥국 증시도 활기를 보이고 있다. 브라질 상파울루 증권거래소 주가지수는 5월 20일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 종목 지수도 23일에 사상 최고치를 다시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흥시장 주가지수는 현지 통화 기준으로 5% 상승해, 선진국 주식이 포함된 명성글로벌지수의 수익률을 앞질렀다.
이번 자금 유입의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중심의 자산 구조를 재조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고수익을 찾아 미국의 대형 기술주나 회사채에 집중되었던 자금이,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 경제와 재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럽, 일본, 신흥시장 국가 등으로 분산되고 있다.
둘째는 달러화 약세가 신흥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JP모건은 5월 19일 신흥시장 주식에 대한 투자 등급을 ‘중립’에서 ‘상승장세’로 상향 조정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도 같은 주에 "신흥시장 자산의 호기가 도래했다"고 평가했다.
달러 약세는 신흥국 정부의 달러 부채 상환 부담을 줄이고, 기업들의 외화 자금 조달 비용도 낮춰준다. 또한 신흥국 중앙은행은 자국 통화 강세와 인플레이션 완화에 따라 금리 인하 여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곧 경기 부양에 기여하고, 주식시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향후 관건은 이러한 자금 회귀 흐름이 일시적 반등에 그칠지, 아니면 신흥시장에 대한 구조적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이 다시금 신흥시장에 머물 수 있을지에 세계 금융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