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항만 혼잡 심화… 글로벌 해운 차질과 운임 상승 우려 확대

2025-05-26     유정우
사진=뉴시스 제공.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북부를 비롯한 주요 항만 허브에서 혼잡 현상이 악화되며 글로벌 해운 시장 전반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는 미·중 무역 전쟁과 맞물리며 아시아 및 미국으로까지 운송 차질과 운임 상승이 확산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해운 전문 컨설팅 기관 드루리(Drewry)가 5월 23일(금요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독일 브레메르하벤(Bremerhaven) 항만의 선박 입항 대기 시간이 7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벨기에의 안트베르펜 항은 37%, 독일 함부르크 항은 49% 각각 대기 시간이 늘어났으며, 네덜란드 로테르담과 영국 펠릭스토우 항에서도 유사한 지연이 보고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의 주요 원인으로는 항만 노동력 부족과 라인강 수위 저하가 지목됐다. 특히 바지선 운송에 차질이 생기며 내륙 운송까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45% 고율 관세를 일시 중단하면서 미중 간 해상 물류 수요가 다시 급증하는 흐름도 영향을 주고 있다.

드루리 보고서는 “항만 지연은 전체 운송 기간을 늘리고, 재고 계획에 혼선을 초래하며, 화주가 여분의 재고를 확보하도록 압박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8월 14일 종료 예정인 미·중 간 90일 관세 유예 기간으로 인해 환태평양 무역이 조기 성수기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한편, 중국 선전과 미국 로스앤젤레스 및 뉴욕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 중이다. 4월 말부터 정박을 대기 중인 컨테이너선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공급망 병목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아폴로 매니지먼트의 수석 경제학자 슬로크는 지난 2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최근 체결된 미중 관세 유예가 아직까지 태평양 횡단 선박 급증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는 중요한 의문을 제기한다. 30%의 대중국 관세는 여전히 과도한 것인가? 혹은 미국 기업들이 관세 추가 완화를 기대하며 출하를 지연시키고 있는 것인가?”라고 언급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변덕스러운 관세 정책이 수출입 기업들의 주문 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이로 인해 수요가 비계절적으로 요동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운 업계 입장에서는 이 같은 불확실성이 운송 지연과 비용 상승을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운임 인상을 피할 수 없다는 현실을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중해 해운(MSC)을 비롯한 글로벌 해운사들은 6월부터 아시아발 화물에 대한 일반 운임 및 성수기 추가 요금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하며 시장의 우려를 더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일부터 EU산 제품에 대해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며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을 다시 한 번 증폭시켰다. 블룸버그 경제연구소는 이 같은 조치가 EU의 대미 수출에서 상호 관세 대상 품목 대부분의 수출량을 거의 0에 가깝게 줄이며, EU 전체 대미 수출액의 절반 이상이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