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가 전자상거래, 호주 인플레이션 완화에 '희망의 변수'로 부상
미국의 고율 관세가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를 증폭시키는 가운데, 중국산 저가 상품이 호주 경제에 반사이익을 안겨주고 있다. 현지에서 완제품 제조 비중이 낮은 호주 경제 구조 속에서,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활발한 진출이 오히려 소비자 물가 압력을 완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타오바오와 징둥(JD.com)은 최근 호주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다. 호주 중앙은행(RBA)은 이와 관련해, 중국의 저가 수입품이 호주의 현지 생산을 크게 위협하지 않으며, 오히려 의류 소매업처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는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 관세 회피로 인해 중국 상품이 호주로 방향을 틀고 있다며, 장난감·가구·의류 부문을 중심으로 향후 12년 내 호주의 소비자물가지수가 20~50bp(베이시스 포인트)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분석은 미국과 중국이 대부분의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결정하기 이전에 제시된 것이다.
이러한 외부 공급 요인의 변화와 최근 물가상승률 둔화 흐름에 힘입어, 호주 준비은행은 이번 주 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긴축 부담을 다소 덜어냈다. 중국은 호주의 최대 무역 파트너로, 2024년 기준 중국산 수입액은 1,100억 호주 달러(약 913억 싱가포르 달러)에 달한다. 특히 지난 4월 한 달간 호주로의 중국 수출은 전월 대비 9% 증가한 반면, 미국 수출은 18% 급감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호주 내 영향력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Temu는 이미 현지 온라인 시장에서 뚜렷한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패스트패션 브랜드 Shein은 이달 시드니에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또한 징둥은 지난 3월 호주 전용 웹사이트를 개설하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멜버른에 거주하는 소비자 클라크는 타오바오에서 처음으로 쇼핑을 했으며, 에르메스 스타일의 핸드백 세 개를 단 129호주 달러에 구매했다고 밝혔다. 그는 “타오바오에서 싸게 살 수 있다면 100% 타오바오를 이용하겠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중국산 저가 상품의 유입이 호주 소비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는 가운데, 이 흐름이 향후 호주 인플레이션과 금리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