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미국 관세 충격에 대비해 디지털 지갑 예산 전용…베트남은 대미 협력 확대

2025-05-22     여불휘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태국 정부가 원래 디지털 지갑 계획에 투입하려던 1,570억 바트(약 61억 싱가포르달러) 예산을 미국의 관세 조치로 인한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으로 전용하기로 했다. 내각은 5월 20일 회의에서 이 자금을 수자원, 교통, 물류 인프라 프로젝트와 소기업 저금리 대출 등 경기 부양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페통탄 총리는 “디지털 지갑 계획이 취소된 것은 아니며, 이 자금으로 경제에 최대 효과를 줄 수 있는 방식으로 재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지갑 계획은 이미 두 단계가 시행되었으며, 원래 올해 중순 시행 예정이었던 세 번째 단계는 5월 6일 내각 회의를 통해 연기된 상태다.

재무부 차관 주라본은 “미국의 관세 충격이 하반기에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이 자금은 9월 이전에 프로젝트 승인 절차를 마치고 3분기부터 신속히 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은 태국 정부가 미국의 대(對)태국 관세 강화에 대응하는 정책의 일환이다. 태국 재무장관 비차이는 미국 상공회의소와의 회의에서 “최근 태국은 수출 원산지 규정 남용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했으며, 이로 인해 태미 무역 흑자가 연간 최대 150억 달러까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차이는 또한 미국에 36%에 달하는 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미국 제품의 시장 접근성 개선 ▲환적 위반 문제 해결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위한 태국 기업의 투자 등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양국은 에너지, 디지털 기술, 인프라, 의료 관광 및 창의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여지를 가지고 있으며, 태국은 실현 가능한 ‘윈윈’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내 경제 상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태국 은행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1분기 기업 대출은 약 5% 증가했지만,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대출 확대에 소극적이며, 연간 기업 대출 증가율에 압박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편, 베트남도 미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양국은 5월 19일부터 22일까지 워싱턴에서 제2차 무역협상을 진행 중이며, 양국 정부는 핵심 관심사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협상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베트남 공상부에 따르면, 베트남의 국영 석유기업 PetroVietnam은 엑손모빌로부터의 원유 구매 확대를 추진 중이며, 고무 및 해운 기업들도 미국 내 생산시설 설립을 희망하고 있다. 아울러, 베트남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원자력 발전 개발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또한, 미국 트럼프 그룹은 21일 베트남 북부에서 15억 달러 규모의 복합 부동산 프로젝트를 착공할 예정이며, 에릭 트럼프가 대표단을 이끌고 호찌민시에서 ‘트럼프 타워’ 건설 계획에 대해 베트남 정부와 논의할 예정이다.

베트남은 미국으로부터 최대 46%의 고율 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협상안을 제시해 왔으며, 여기에는 미국 기업의 시장 진출 확대, 무역 사기 단속, 위조품 근절, 그리고 스타링크(Starlink)의 베트남 내 인터넷 서비스 허용 등이 포함된다.

동남아 양국은 미국과의 경제 관계 재조정과 관세 리스크 완화를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지역 경제 정책의 주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