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 속 일본 관광 활기…출국세 인상 논의 본격화

2025-05-22     차승민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엔화 약세로 일본 관광업이 활기를 띠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현행 1000엔인 출국세를 3000엔 또는 5000엔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일본 호텔 요금이 급등하고, 관광객 증가에 따른 지역 인프라 부담이 가중되면서 출국세 조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자민당 소속 요시카와 유미 참의원 의원은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일본의 출국세는 주요국에 비해 매우 낮다”며 “관광 과밀 문제에 대응하고 지방 재정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2025년 1월 기준 환율로 환산하면 이집트는 3900엔, 호주는 7000엔, 미국은 3500엔으로, 일본보다 낮은 국가는 800엔의 출국세를 부과하는 한국뿐”이라며 출국세 인상의 국제적 타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한 “외국인 관광객은 일본의 사회 인프라를 이용하면서도 이에 대한 직접적인 비용 부담이 없다”며 “출국세는 그들이 누리는 편의를 위한 최소한의 기여이며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2024년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3600만 명을 넘었고, 이들이 쓴 총 소비액은 사상 최대치인 8조 1000억 엔에 달했다. 추정에 따르면, 출국세를 5000엔으로 인상할 경우 연간 약 2500억 엔의 추가 세수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는 출국세 인상이 일본인 출국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당국은 현재 이 점을 신중히 검토 중이며, 전면 시행 여부는 여론과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방침이다.

일본 여론도 복잡하다. 1000엔이라는 출국세가 국제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한 번에 5배 인상하는 방안은 관광객에게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만 유럽, 미국, 동남아의 임금 수준이 상승한 만큼 일부에서는 관광객들이 이를 큰 부담으로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유엔 관광청이 올해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저물가 국가로 분류되며, 관광 경쟁력 지수는 미국, 스페인에 이어 세계 3위다. 엔화 약세는 이러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본 호텔의 가격 상승과 지방 정부의 관광세 확대는 일부 관광객들 사이에서 "더 이상 일본은 저렴한 여행지가 아니다"라는 인식을 불러오고 있다. 도쿄 호텔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도쿄 호텔 평균 숙박요금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1,000엔에서 2024년에는 19,000엔으로 상승했다.

관광 수요는 고조되고 있지만, 가격 상승과 세금 조정 움직임은 향후 일본 관광의 방향성을 가늠할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