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90일 간 관세 인하 합의…아시아 시장 반등, 달러 신뢰 시험대
미국과 중국이 향후 90일 동안 상호 부과된 고율 관세를 대폭 인하하기로 합의하면서 글로벌 무역 전쟁에 중요한 일시 정지 버튼이 눌렸다.
이번 합의는 5월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체결되었으며,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45%에서 30%로, 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대해 125%에서 10%로 인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록 이 조치가 단기적이며 결과가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지만, 아시아 금융 시장과 통화, 투자 심리에 즉각적인 긍정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수출, 반도체, 산업 부문을 중심으로 아시아 주식시장은 반등했고, 특히 외환 시장에서는 달러화 강세 속에 대만 달러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의 급등이 두드러졌다.
시장에서는 이번 반응이 단순한 포지션 정리 이상의 전략적 전환임을 시사한다. 관세 인하는 수입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해 인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 중앙은행이 금리 정책 운용에 보다 유연해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자금 흐름이 변화하고 있다. 아시아 기업들은 해외 이익을 본국으로 송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들도 달러 과매입 포지션을 정리하는 분위기다. 일본에서는 환율 헤지를 위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더 유리한 환율 조건에서 환위험을 고정하고 있다.
이번 합의로 지난 수개월간 무역 전쟁이 불러온 공급망 경색도 일정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대만의 반도체, 한국의 전자, 일본의 정밀기계, 베트남의 조립산업 등 다단계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는 산업들이 다시 숨을 고를 여지를 갖게 됐다. 기업들은 중단됐던 구매, 채용, 물류 및 설비 투자 결정을 재조정할 수 있으며, 동남아 각국 은행들은 투자 프로젝트 재개 조짐을 확인하고 있다.
또한, 달러 약세는 아시아 지역으로의 자금 유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달러 표시 부채 상환 부담이 줄고, 상품 가격 하락에 따라 저평가된 아시아 국채와 주식에 탐색적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이는 아시아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생산적인 수출 기반, 활기찬 소비 시장, 그리고 빠르게 적응하는 기술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준다.
그러나 낙관론에는 여전히 그림자가 존재한다. 향후 협상 결렬, 미국의 정치 지형 변화, 기술 분야 규제 강화 등은 현재의 긍정적 흐름을 쉽게 뒤흔들 수 있는 잠재 리스크다. 시장의 무조건적 낙관이 자산 거품으로 이어질 경우, 상황 반전에 따른 충격도 불가피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관세 완화 조치는 아시아가 다시 도약할 수 있는 일시적인 숨 고르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현재의 주가 상승과 통화 강세는 이 지역 경제의 회복력을 입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