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여파에 미국 자동차 소비 위축

"차량은 더 이상 ‘필수품’이 아니다"

2025-05-08     차승민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한 세기 이상 미국인의 삶과 문화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해 온 자동차가 점점 더 많은 소비자에게서 외면받고 있다.

미국 '뉴스위크'가 5월 4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급등한 자동차 가격과 유지비,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이 맞물리면서 미국 내 차량 소유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미국인의 생활 방식과 정체성을 상징해 왔다. 도시와 교외를 형성하고, 사회적 관계와 소비 패턴을 바꿨다. 그러나 지금은 그 상징성이 흔들리고 있다. 신차와 중고차 모두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더 이상 자동차를 ‘당연히 가져야 할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미국 자동차 보험 평균료는 현재 연간 2,685달러에 달하며, 이는 전년 대비 약 12% 상승한 수치다. 수리와 유지보수 비용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동차 구매는 점점 더 부담스러운 선택이 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이 흐름에 기름을 부었다.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고율의 수입관세는 차량 한 대당 수천 달러의 추가 비용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 업계 애널리스트 칼 브라우어는 “미국에서 조립되는 자동차조차 수입 부품에 의존하기 때문에, 관세는 전반적인 제조 비용을 밀어 올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 심리는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자동차 관련 사이트 '지갑센터(WalletHub)'의 조사에 따르면, 향후 6개월 이내에 차량을 구매할 계획이 있는 미국인의 비율은 전년 대비 13.4%나 줄었다. 이는 소비자들이 경제 전망 불확실성과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을 우려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업계 반발에 따라 최근 자동차 관세 정책을 일부 완화했다. 미국 내에서 조립된 차량에는 최대 15%의 세금 공제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 효과에 회의적이다. 미국 자동차 네트워크의 패트릭 매스터슨은 “완전한 미국산 자동차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많은 차량이 세금 공제 기준을 일부만 충족할 것이고, 결국 소비자는 기대만큼의 혜택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솔닷컴의 마크 햄릭 애널리스트는 “이미 많은 미국인들이 1분기에 차량을 구입한 이유는, 관세로 인해 가격이 더 오를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는 집 다음으로 비싼 소비재다. 그러나 현재 금리는 오르고 있고 소비자 신뢰는 낮은 상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당할 수 없는 소비를 더 이상 하지 않으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단기적인 소비 위축이 아니라, 미국 내 자동차 산업과 문화에 장기적인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제 자동차는 ‘당연한 선택’이 아니라, ‘심사숙고해야 할 고가의 투자’로 재정의되고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