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갈등 재점화 속 아마존·애플 실적 부진
기술 대기업, 관세와 경기 둔화 이중고
글로벌 기술 대기업들이 다시금 고조되는 미중 무역 긴장과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실적 압박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는 5월 2일 보도에서, 아마존이 전날 공개한 1분기 재무 보고서에서 관세, 무역 정책, 지정학적 리스크, 경제 침체 우려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향후 실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아마존은 특히 “향후 수익이 월스트리트 예상보다 수십억 달러 낮을 수 있다”고 밝히며 시장의 우려를 자극했다. 앤디 재시 CEO는 애널리스트 콘퍼런스콜에서 “관세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확정될지는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다”며, 향후 실적은 “극도로 예측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애플도 비슷한 경고를 내놨다. 회사 측은 관세로 인해 이번 분기 비용이 9억 달러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이는 실적 전망 하향 조정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2일 아마존 주가는 1% 하락했고, 애플은 5% 급락했다. JP모건의 애널리스트 사믹 채터지는 “애플이 글로벌 제조 라인을 재배치하며 영향 최소화에 나섰지만, 관세 압력과 거시경제 역풍으로 수익 기대가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관세의 영향은 하드웨어 기반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구글처럼 현재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디지털 서비스 기업들 역시, 장비와 인프라 도입 과정에서 간접적인 비용 증가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메타버스 기업은 올해 데이터 센터 인프라 지출이 기존 예상보다 수십억 달러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는 하드웨어 가격 상승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5월 1일, 개발원가 상승을 이유로 엑스박스 콘솔의 가격을 인상했다. 경제 불안정은 광고 등 B2B 서비스 지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IBM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경제적 불확실성이 고객의 구매 결정을 지연시키거나 중단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번 분기 실적 발표는 무역 정책 변화와 글로벌 경기 둔화가 기술 산업 전반에 어떤 충격을 주고 있는지를 다시금 상기시키고 있다. 특히 실물 제품을 기반으로 하는 IT 기업일수록 충격은 더욱 직접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로 연결되고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