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내가 '남긴 발자취'가 무서운 '길'

2025-05-01     김동진 칼럼니스트 
사진=뉴시스 제공.

미국인(美國人)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詩人) 로버트 프로스트는 명시 ‘가지 않은 길’에서 이렇게 술회했습니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덜 다닌 길을 택했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여기에서의 '길'은 인생 노정(路程)입니다. 인생살이에서 거쳐 지나가는 길이나 과정을 뜻합니다.

‘길’이란 단어는 단어 자체만으로도 참 문학적(文學的)이고 철학적(哲學的)이고 사유적입니다. 

‘도로(道路)’나 ‘거리(距離)’가 주는 어감(語感)과는 완전(完全) 다릅니다. 

‘길’은 단순(單純)히 사람들이 밟고 지나 다니는 것만을 의미(意味)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길이 없다” 거나 

“내 갈 길을 가야겠다”라는 표현(表現)에서 보듯 길은 삶에서의 방법이거나 삶 그 자체입니다.

영어 ‘way’도 ‘street’와 달리 같은 중의적 의미를 갖습니다. 서양(西洋) 사람들도 길에서 인생을 연상하는구나 싶어 신기(新奇)했습니다.

불교나 유교, 도교 등 동양 사상에서의 공통적 이념도  '도(道)'"라고 부르는 길입니다.

이와  관련 백범 김구 선생의 좌우명이며 서산대사(1520~1604)의 선시(禪詩)이기도 한 “눈길을 걸을 때” 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눈길을 걸을 때”

답설야중거 (踏雪野中去) 
눈을 밟으며 들길을 갈 때

불수호란행 (不須胡亂行)
 모름지기 허튼 걸음을 말라.

금일아행적 (今日我行跡) 
오늘 내가 남긴 발자취는

수작후인정 (遂作後人程)
마침내 후인의 길이 되리니."

길을 선택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선택권이 있지만 그 후과는 고스란히 선택한 자의  몫이기에 더욱 길을 선택하는 것이 두려운 이유입니다.

김동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