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1분기 0.3% 위축… 트럼프 관세 정책, 조기 사재기 불확실성 초래
미국 경제가 올해 1분기 0.3% 위축되며 2022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첫 분기의 경제 성적표이자, 그의 고율 관세 정책과 그로 인한 불확실성이 실물경제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이 4월 30일 발표한 초기 GDP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기준으로 0.3% 감소했다. 이는 로이터 통신이 인터뷰한 경제학자들이 예측한 0.3% 성장 전망과 정면으로 배치되며, 전 분기 2.4% 성장에 비해 급격한 반전이다.
BEA는 실질 GDP 하락의 원인으로 수입 급증, 소비 둔화, 정부 지출 감소를 들었다. 특히 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자 지출은 1.8% 증가에 그쳐, 202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기업 설비투자는 22.5% 증가하며 예외적으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보고서 발표 직후 미국 증시도 타격을 입었다. 30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59%, S&P500지수는 1.1%, 나스닥지수는 2.07% 각각 하락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불확실한 경제 전망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며 위험 자산 회피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경제 위축의 책임을 전임 대통령 조 바이든에게 돌리며 “이것은 바이든의 주식 시장이며, 내 것이 아니다”라며 방어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기업들이 미국으로 돌아오기 시작할 것이며,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곧 번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내 소비자 심리는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세계 대기업 연구회가 발표한 4월 미국 소비자 신뢰지수는 86으로, 전월 대비 7.9포인트 하락해 5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특히 소비자 기대지수는 54.4로 급락, 2011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경기 침체 우려를 반영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현 관세 정책이 공급망에 충격을 주고 기업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일부 예측에 따르면 미국이 내년에 경기 침체에 빠질 확률은 50%에 이르며, 7월 예정된 추가 관세 조치가 발동될 경우 침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스테판 캐피털의 수석 시장경제학자 카디로는 “이미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환된 상황은 경기 침체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며 “정책 조정이 있더라도 관세가 남긴 충격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이번 1분기 GDP 수치가 연준(Fed)의 통화정책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6월 이후 더 명확한 경기 둔화 신호가 나타날 경우, 연준은 연내 최대 1%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