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까마귀의 지극한 효성, '반포지효(反哺之孝)'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까마귀의 효성’이란 의미로, 자식이 자라서 어버이가 길러준 은혜에 보답하는 효성을 이르는 말이다.
‘반포지효’의 유래는 중국 명나라 말기의 『본초강목』에 까마귀의 습성에 대해 기록한 내용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통 까치를 길조라고 해서 좋아하지만, 까마귀는 흉조라고 여겨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까마귀는 울음소리도 공연히 음침한 느낌을 주는 데다, 일설에는 시체를 먹는 습성이 있다고 알려져 그리 환대받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까마귀에게도 인간이 꼭 본받아야 할 점이 있다. 까마귀는 알에서 깨어나 부화한 지 60일 동안은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를 주지만, 새끼가 다 자라면 그때부터는 먹이 사냥이 힘든 어미를 위해 자식이 힘을 다해 어미를 먹여 살린다고 한다.
중국 진나라 때, 까마귀의 습성을 비유한 일화가 있다. 진나라 왕이 덕망 있고 학식이 깊은 이일이라는 선비에게 높은 벼슬을 내렸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일은 관직을 맡을 수 없다며 공손히 거절했다.
왕이 이유를 묻자, 이일은 “전하, 제게는 늙고 병든 할머니가 살아 계십니다. 나라의 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할머니를 제가 모시지 않으면 아무도 돌봐드릴 사람이 없어 제가 모셔야 합니다. 부디 까마귀가 어미의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과 같이, 할머니께서 돌아가시는 날까지 봉양하게 해주십시오”라고 청했다.
이 말을 들은 진나라 왕은 이일의 효심에 감동하여 큰 상을 내렸다. ‘자식이 어버이의 은혜에 보답하는 효성’을 이르는 ‘반포지효’라는 성어는 여기에서 유래했다.
고려장이 존재했던 고려시대, 조정에서 높은 벼슬을 하던 관리가 당시 관습에 따라 늙은 어머니를 산속 움막에 내려두고, 눈물을 흘리며 큰절로 하직 인사를 했다.
그러자 노모는 “아들아, 네가 내려갈 때 길을 잃지 않도록 내가 나뭇가지를 꺾어 표시를 해 두었으니, 잘 살펴서 길을 잃지 말고 내려가라”고 일렀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자식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어머니 마음을 가슴 깊이 새긴 아들은 법을 어기고, 노모를 다시 집으로 모셔와 평생을 봉양했다고 한다.
다가오는 5월 8일 어버이날, 어머니를 버리고 가는 자식의 귀가를 염려하는 노모의 마음을 떠올리며, 가정의 달을 맞아 부모님 은혜와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나무는 멈추려 하나 바람이 가만두지 않는다’는 말처럼, 어버이에게 효도하고자 하나 곁에 있어 드리지 못하는 상황을 돌아보며, 효도의 의미를 가슴에 깊이 새겨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김창환 칼럼니스트
공주대학교 연구교수
한국의정연수원 교수
한서대학교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