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영화 ‘승부’, 투국(鬪局) & 인국(忍局)이 중요한 이유?

2025-04-22     김창권 대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6.3 대통령 선거 경선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바둑을 소재로 한 영화 ‘승부’가 주목받고 있다. 가로 42cm 세로 45cm. 사람과 사람이 가장 친밀감을 느끼는 최적의 거리에서 펼쳐지는 숨막히는 혈투가 대권 전쟁과 흡사한 탓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는 1990년대 바둑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바둑 올림픽’으로 불리는 ‘제1회 응창기배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며 국내 최초 챔피언이 된 당대 최고의 스타 조훈현. 타고난 재능과 강한 승부욕으로 바둑계를 평정한 그는 또 다른 바둑 천재를 발견하고 후계자로 키우겠다는 욕망을 지닌다. 

그 주인공은 돌부처 이창호다. 조훈현은 그를 연희동 자택으로 데려와 함께 생활하며 제자로 맞이한다. ‘호랑이 새끼가 될 것이다’는 주변의 우려에도 개의치 않고 엄격한 스승의 길을 선택한다.

스승의 기풍에 눌려 슬럼프에 빠진 이창호에게 터닝포인트가 찾아온다. 조훈현의 라이벌 남기철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너만의 바둑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이때 ‘반집이라도 이기면 된다’는 지지 않는 실리바둑이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스승과 제자는 바둑계를 송두리째 뒤흔든 일촉즉발 승부를 펼친다. 조훈현의 거침없는 공격을 이창호는 냉철한 인내로 위기를 극복하며 결국 스승을 상대로 짜릿한 승리를 거머쥔다.

바둑판은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린다. 영화는 스승과 제자의 역전 과정을 ‘지는 해’와 ‘뜨는 해’의 시각적 대비를 통해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패배를 인정하고 ‘심기일전’하는 스승, 그리고 스승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제자의 모습은 그야말로 한편의 성장 드라마로도 손색이 없다.

‘승부’는 강요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감동을 전하는 힘을 가진 영화다. “나를 넘어선 제자를 길러냈기에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조훈현의 깨달음이 영화의 묵직한 울림과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무 말 없이 골목길을 나란히 걷는 스승과 제자의 마지막 장면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함축적으로 담아낸다. 단순한 승패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진짜 승부란 무엇인가? 상대를 이기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을 이겨내는 것인가?” 

감독은 "승부는 단순히 이기는 것만이 아니라, 어떻게 지는가도 포함된다"고 밝히며, 패배를 받아들이는 태도와 변화에 대한 수용이 보다 중요함을 강조한다. 승패에 집착하기 보다는 변화와 성장, 그리고 서로를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새삼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역사상 유례없는 국론분열에 국민들의 우려가 깊다. 10여명의 후보가 혈투를 펼치는 대권레이스가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투국(鬪局)에 비유되는 이재명, 김문수, 홍준표, 인국(認局)에 해당하는 김동연, 김경수, 나경원, 안철수, 한동훈 등

대선을 40여일 남긴 시점에서 이들 후보들은 물론 캠프 관계자들이 영화 ‘승부’를 관람하며 국민들이 원하는 지도자는 과연 어떤 인물이어야 하는지? 수읽기와 성찰에 적극 활용하길 소망해 본다.

김창권 대기자 ckckck1225@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