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마찰, 교육·문화 교류로 확산
유학생과 관광객도 ‘협상 카드’ 전락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전선이 경제를 넘어 교육과 문화 분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중국 문화관광부와 교육부는 잇따라 성명을 통해 자국민에게 미국 방문의 위험을 경고했으며, 이는 2021년 이후 처음으로 발령된 미국 유학 경고이다.
중국 정부는 두 개의 미국 대학이 사이버 공격을 저질렀다고 비난하며, 할리우드 영화 수입을 줄이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이에 발맞춰 미국 정부 역시 일부 중국 유학생과 학자들의 비자를 취소하는 조치를 취했으며, 비록 미국 측은 해당 조치가 무역 분쟁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부 보수 진영은 이를 무역 대응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칭화대학교 국제관계 전문가 다웨이는 이러한 경고가 아직 ‘전면적인 금지’가 아닌 신호 단계라고 평가하며, 상황이 악화될 경우 모든 조치가 가능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들어 중국 학생들이 미국 방문과 유학에 앞서 안전 우려를 제기하고 있으며, 본인 역시 미국 입국 시 장시간 검문을 경험한 바 있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미·중 관계에서 완충 역할을 해왔던 인적 교류도 더 이상 예외가 아닌 상황이다. 과거 학생, 관광객, 예술가, 기업인의 왕래는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될 때 관계 안정의 역할을 해왔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협상 테이블 위에 놓인 ‘게임의 수단’이 되고 있다.
202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회담을 통해 민간 교류 재개에 합의하며, 중국은 더 많은 미국 학생의 유학을, 미국은 중국 유학생 환영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이는 정치적·경제적 이해가 반영된 결정이었다. 중국은 경제 성장 둔화 속에 외국 영화 수입을 확대했고, 미국은 중국 유학생이 제공하는 학비 수익을 통해 2023년에만 약 143억 달러(약 188억 싱가포르 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얻었다.
그러나 최근 무역 분쟁의 격화는 이러한 '소프트 파워' 협력을 다시 위태롭게 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수출 통제를 강화했으며, 일부 미국 기업의 중국 내 사업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영화국은 관세 부과로 인해 중국 관객의 미국 영화에 대한 호감이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간 영역에서도 이러한 긴장은 현실적인 불안을 낳고 있다. 베이징에서 유학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왕리는 최근 미국 유학의 안전 문제를 상담하는 학부모와 학생이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녀가 진행한 한 차례 라이브 방송에는 약 1,800명이 동시 접속해 비자 발급 가능 여부와 유학 연기 여부 등을 논의했다.
왕리는 “많은 학생들이 여전히 미국의 자유롭고 풍부한 학문 환경을 동경하고 있지만, 현재는 진지하게 방향을 재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들에게 호주, 유럽 등 다른 국가로의 진학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선택지를 넓혀 둘 것”을 권유했다.
조성영 기자 chosy@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