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저치 기록한 인도네시아 루피아… 중앙은행 “시장 전방위 개입으로 환율 안정 나설 것”
인도네시아 루피아(IDR)가 미국 달러(USD) 대비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금융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은 환율 안정을 위해 온쇼어 및 오프쇼어 시장을 가리지 않고 과감한 개입을 단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4월 9일(수), 인도네시아 루피아 환율은 달러당 16,970루피아로 하락하며 전날의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는 1998년 아시아 금융 위기 당시 수준보다도 낮은 수치로, 글로벌 시장의 혼란과 미국의 관세 정책 여파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데스트리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수석 부총재는 “현재 거의 모든 신흥국 통화가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며, “BI는 현물 시장뿐 아니라 국내외 무원금 인도 선물(NDF) 및 채권 시장에도 적극 개입해 환율을 방어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 운용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말라야 은행의 경제학자 구나토는 “현재 인플레이션율은 낮지만, 환율 안정을 위해 BI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력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자본 유출을 막고 국내 경제 성과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인도네시아 고용주 협회 회장 신타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도네시아산 수출품에 대한 32% 관세 부과 조치가 국내 기업에 큰 충격을 주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루피아 가치 하락은 인도네시아 기업에 이중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즉시 동원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압박을 줄이기 위해 수입품 구매를 억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인해 통화 헤지 비용도 크게 상승한 상황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의 루피아 약세를 오히려 투자 기회로 보고 있다. 시장 분석가 사트리아는 “지금은 인도네시아 자산을 매수하기에 매우 좋은 시점”이라며, “인도네시아는 GDP 대비 대미 수출 비중이 약 2%에 불과하기 때문에 미국 관세의 실질적 영향은 제한적이다”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외교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에어랑가 경제조정부 장관은 다음 주 미국을 방문해 관세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며, 이번 방문에는 무옌니 재무장관과 수지오노 외교장관도 동행할 예정이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