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후 미국 주식시장 흔들…투자자들, 자금 유럽·중국으로 이동

2025-04-03     차승민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니혼게이자이신문'이 4월 2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1월 다시 취임한 이후 미국 주식시장에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으며, '미국 주식 독주'의 시대가 흔들리고 있다. 전 세계 주요 주가지수의 최근 흐름을 살펴보면, 미국 주식시장의 하락폭이 특히 두드러지며,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가 유럽과 중국 등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미국 황금시대의 개막'을 선언했지만, 현실은 기대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12% 하락해 3월 31일 기준 약 반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미국 증시의 대표지수인 S&P 500도 6% 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캐나다(-1%)나 멕시코(+5%)의 주가지수와 비교해도 현저히 부진한 수치다.

특히 미·캐나다·멕시코 간의 관세 분쟁이 격화되며,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오히려 미국 자본시장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낳았다. 자국 제조업을 살리기 위한 의도였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는 것이다.

실제 미국 주식 펀드의 자금 흐름을 살펴보면 그 추세는 더욱 뚜렷하다. 미국 증권 펀드 리서치 회사의 집계에 따르면, 3월 26일까지의 한 주간 동안 미국 주식형 펀드에서 약 202억 달러가 순유출됐다. 이는 최근 5년간 일곱 번째로 큰 규모의 주간 유출로, 장기 투자자들이 서서히 미국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시장 변동은 지난 수년간 이어져온 '미국 주식 상승 신화'의 균열을 시사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의 빠른 회복세와 기술기업들의 눈부신 성장으로 글로벌 자본은 미국으로 몰려들었지만, 현재는 전환점을 맞이한 상황이다.

트럼프 재집권 초기에는 규제 완화, 감세 연장 등 기업 친화적 정책이 자본 유입을 가속화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관세 정책의 실질적 내용이 공개되고, 이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악화와 교역 파트너국과의 마찰이 확대되자 시장 분위기는 급변했다.

전일본자산관리공사(일본 GPIF 전신) 출신의 이시미 나오키 집행연구원은 “미국 독주를 믿었던 장기 투자자들조차 트럼프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다”며, “투자 자금은 점차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일을 ‘해방의 날’로 지칭하며, 이날 대규모 관세 정책 발표를 예고했다. 투자자들은 이 발표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자본의 향방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