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중앙은행, 미 국채 대규모 매도
금 투자로 방향 선회
'러시아 신문'이 4월 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전 세계 여러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미국 국채 매각 속도를 높이고 금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반영하는 중요한 흐름으로, 단기간 내 달러 자산에서의 급격한 이탈은 아니더라도, 점진적인 축소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통계에 따르면 외국 보유자들은 지난해 11월 미국 국채를 344억1천만 달러 순매도했으며, 12월에는 496억9천만 달러, 올해 1월에는 133억 달러를 순매도했다. 3개월간의 누적 순매도 금액은 약 1천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 국채의 해외 보유량이 약 8조5천억 달러에 이르는 상황에서 이 정도 규모의 매도가 즉각적인 충격을 주진 않겠지만, 매도 주체와 그 배경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러시아 제니트은행의 블라디미르 예브스티페예프 분석총괄에 따르면, 주요 매도국은 일본, 중국, 브라질, 인도 등이며, 이들 국가는 지난 1년 동안 총 1,360억 달러의 미국 국채를 줄였다. 일본과 중국은 이미 수년 전부터 미국 국채 의존도를 낮추고 준비자산의 다변화를 꾀해 왔으며, 특히 중국과 인도는 금 보유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국의 경우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10년간 두 배 이상 증가하여 현재는 6%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예브스티페예프는 이들 매도국 대부분이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일부 국제 자산이 동결된 사례가 자산 구성 전략의 변화에 영향을 주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사건은 외국 자산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인식하게 하며, 보다 예측 가능한 자산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켰다.
한편, 미국 국채의 또 다른 주요 매도자는 러시아에 비우호적인 국가들이다. 골드만삭스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매도한 국가는 영국이며, 올해 1월에는 캐나다가 그 뒤를 이었다. 이들 국가는 지정학적 요인보다는 경제적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국채를 매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역정책이 본격화된 이후, 관세 전쟁이 미국 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증폭시켰고, 이는 국채 수익률의 상승과 함께 보유국들의 손실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예브스티페예프는 이 같은 국채 매도 흐름이 앞으로도 지속되거나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지정학적 긴장과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시사했고, 이는 미국이 더 이상 '무위험 경제체'로 간주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러시아 제1투자회사의 수석 애널리스트 글렙 보브코프는 “차입 비용의 증가는 곧 예산 적자의 확대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현 정부가 미국 경제와 국채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입증해야만 상황이 안정될 것”이라면서도, “현재로선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태”라고 평가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