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무역 정책, 글로벌 원자재 시장 흔들다

금·비금속 가격 급등

2025-03-30     박준형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무역 정책이 글로벌 원자재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최근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 등 주요 교역국에 부과한 관세 조치로 인해 보복 관세 가능성이 제기되며, 글로벌 무역 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역 전쟁의 최대 수혜 자산은 단연 금이다. 런던 현물 시장에서 금값은 온스당 3,000달러의 심리적 저항선 근처를 맴돌고 있으며, 연초 대비 15% 이상 상승했다. 인도에서도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상품거래소의 선물 가격이 급등했다.

금은 전통적으로 경제적 불안정 시기에 '안전자산'으로 각광받는다. 무역 갈등이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우려를 부추기면서 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특히 인도 루피 약세까지 겹치며 인도 국내 금값은 더욱 상승세를 탔다.

은도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올해 들어 은값은 17% 이상 올랐다. 금과 마찬가지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귀금속에 대한 투자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비금속 자원 역시 무역 정책의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무역 전쟁으로 인해 공급망이 흔들리고, 산업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구리, 알루미늄, 아연 등 산업용 금속의 가격이 급등했다.

구리 가격은 최근 10개월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고, 알루미늄은 3년 만에 최고가를 갱신했다. 이 같은 상승세는 아시아 지역의 수요 증가와 미국 달러 약세, 일부 광산의 공급 부족 우려에 기반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알루미늄은 올해 선물 시장에서 27% 넘게 상승했고, 최근 1년간 가격 상승률은 31%에 달한다.

구리는 세계 경제의 ‘건강 지표’로 여겨지지만, 무역 전쟁으로 인해 그 지표로서의 역할이 흐려지고 있다. 인도 국내 시장에서 구리 선물 가격은 올해 들어 약 15% 상승했으며, 연간 상승률은 23%를 넘겼다.

반면,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은 다소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동안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8% 하락했으며, 인도 내 유가도 7% 떨어졌다. 이는 세계 경제 침체 우려가 에너지 수요 둔화로 이어질 것이란 시장의 전망 때문이다. 천연가스는 난방 수요 증가와 공급 축소 우려 등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 역시 불확실하다. 중동 지역의 긴장 완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 가능성은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무역 정책은 여전히 세계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